첫 국가 배상판결
피해 진상규명 이후부터 따져
과거사 소멸시효 폭넓게 인정
향후 유사소송에 영향 미칠듯
피해 진상규명 이후부터 따져
과거사 소멸시효 폭넓게 인정
향후 유사소송에 영향 미칠듯
29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이 한센인의 강제 단종과 낙태에 대해 첫 국가배상 판결을 내린 것은 한센인의 명예 회복과 함께 국가가 한센인에게 자행한 반인륜적 인권침해 행위를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재판부는 “국가가 한센인들을 상대로 정관수술(단종)과 임신중절수술(낙태)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생명권과 모성애 보호권 등 헌법상의 권리는 법률로써 제한해야 한다”며 “그런데 전염병 예방법(1957)이나 모자보건법(1973)에 한센인에 대해 정관수술을 하거나 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단종·낙태 정책이 “한센인들의 천부적 권리를 억누르고 행복추구권을 제한한 잘못된 행위”라고 본 것이다. 한센인권변호단 박영립 변호사는 “단종·낙태 과정에서 국가의 강제성을 인정한 첫 판결로 향후 단종·낙태 피해를 당한 한센인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앞으로 한센인들의 비슷한 손해배상 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센인들이 단종·낙태와 관련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이날 판결을 포함해 4건으로 단종 315명, 낙태 336명 등 모두 651명이 원고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한센인들은 한센병에 걸렸다가 완치된 회복자들로 전염성이 없는데도 평생을 차별과 편견 속에 살아왔다. 이들은 정부가 지난해 7월 6400여명을 한센인 피해자로 인정하고도 차상위계층까지 생활지원금을 월 15만원씩 지급할 뿐, 단종과 낙태 등 인권침해에 대한 사과와 배상에는 침묵으로 일관하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생활지원금과 위로금을 지원한다는 것이 손해배상을 했다는 취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이번 판결에서 소멸시효 기산점을 진상조사 시점부터로 잡은 점도 눈에 띈다. 단종·낙태 등 불법행위는 64~40년 전에 이뤄졌지만, 2011~2012년 진상조사가 시작됐으므로 가해자를 알게 된 날로부터 3년 안에 손해배상 청구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박영립 변호사는 “국가가 잘못을 저지르고도 손해배상 청구 시효(3년)가 소멸됐다며 배상책임에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판결은 진상 규명 이후부터 소멸시효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인 1937년부터 전남 소록도 등지에선 단종을 수용하면 한센인 남녀의 동거를 허가했다. 정부는 1948년, 해방 이후 사라졌던 한센인 단종 수술을 재개했다. 재판부는 소록도의 ‘강제단종 뒤 부부 동거’ 제도는 1992년 무렵까지 계속된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정책은 인천 성혜원, 익산 소생원, 칠곡 애생원, 부산 용호농원, 안동 성좌원 등 내륙에 설치된 국립요양소와 정착촌에서도 시행됐다. 한센인권변호단은 “해방 이후에도 단종과 낙태가 계속된 것은 한센인에 대한 국가의 집단 인권학살”이라고 주장했다.
순천/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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