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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무고한 국민 희생시킨 국가 단죄해야”

등록 2014-05-01 19:10수정 2014-05-01 21:04

신기철(50) 금정굴인권평화연구소장
신기철(50) 금정굴인권평화연구소장
‘국민은 적이 아니다’ 쓴 신기철씨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조사해
국민을 적으로 여긴 국가권력 비판
“국민 안심시키고 도망친 이승만
세월호 선원들 모습과 판박이”
“침몰중인 세월호의 첫 탈출자가 선장과 선원들이었다면, 6·25 전쟁의 ‘피난민 1호’는 이승만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들이었습니다. 승객들에게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라’고 말한 세월호 승무원처럼, 이승만은 전쟁이 터지자마자 대전으로 피난한 뒤 ‘유엔이 참전하기로 했으니 국민은 안심하고 기다리라’고 세차례나 방송하며 국민을 기만했습니다.”

2006~201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팀장으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사건을 조사했던 신기철(50·사진) 금정굴인권평화연구소장이 세월호 참사와 한국전쟁을 빗대, 승객과 국민의 안위는 내팽개친 채 자신의 입지만 지키려 했던 지도자의 비열한 모습이 판박이 같다고 비판했다.

최근 <국민은 적이 아니다>란 책을 펴낸 신 소장은 ‘전쟁에서 자신을 지켜줄 것으로 믿었던 국가가, 소총과 탄약이 없어 전투를 치르지 못했다는 국군이, 왜 자기 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댔는지’를 파헤쳤다. 학살 전모를 밝히기 위해 국방부가 펴낸 <한국전쟁사>와 참전 군인의 회고록, 국외 자료를 촘촘히 분석했다.

30일 경기도 고양시 금정굴인권평화재단에서 만난 신 소장은 “한국전쟁은 국민을 적으로 여긴 전쟁이었다. 무능하고 이기적이며 악랄하기까지 한 국가권력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전쟁이라는 국난을 틈타 죄없는 국민을 죽음의 구덩이에 밀어넣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선이 이동하는 동안 적에게 협력할 것 같은 청장년들이 희생됐고, 전선이 고착된 1951년 이후에는 전선 배후에 있던 민간인들이 총알받이로 동원됐다. 대부분의 전투가 이런 식으로 전개됐다”고 덧붙였다.

이승만 정부가 개전 첫날 공포한 ‘비상조치령’은 국민보도연맹과 수감된 정치범은 물론 수많은 국민을 부역혐의로 몰아 살해하는 사회규범으로 작동했다. 비상조치령은 1952년 헌법위원회로부터 위헌판결을 받았지만 국가는 60여년이 지나도록 피해자들에 대한 아무런 후속조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 신 소장의 설명이다.

신 소장은 “한국전쟁 기간 100만명으로 추정된 민간인이 살해당했지만 패전의 책임은 국민이 뒤집어쓰고 이승만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오히려 희생자의 후손을 ‘빨갱이’로 몰며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까지 탄압했다”고 말했다.

특히 전선이 없었던 호남에서 빨치산의 토대를 없앤다는 명분으로 토벌작전을 벌여 노인·여자·어린이 가릴 것 없이 1만여명을 무차별 학살한 것은 국민을 적으로 여긴 전쟁의 실상을 명확히 보여준 것이라고 신 소장은 말했다.

대학 졸업 뒤 인천과 구로 등에서 노동운동을 해온 신 소장이 민간인 학살사건에 발벗고 나선 것은 고양 금정굴에서 유해가 발굴된 직후인 1997년 고양시민회 사무국장을 맡으면서부터다. 이후 그는 국회·경기도의회 등을 상대로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 청원운동, 국가 상대 손해배상소송 등에 줄곧 앞장서왔다.

신 소장은 “적에 협력할까 봐 자국민을 죽인 군인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 진실 규명이 겨우 1%에 그친 만큼 미흡한 조사와 함께, 국가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어떤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지 후속조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잘못된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양/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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