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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한국 축구팀 목 터져라 응원해 보는게 꿈”

등록 2014-05-22 18:56수정 2014-05-22 21:03

박용식(공 차는 이)씨가 지난 14일 대전 성우보육원에서 원생들과 축구를 하고 있다.
박용식(공 차는 이)씨가 지난 14일 대전 성우보육원에서 원생들과 축구를 하고 있다.
20년전부터 응원 이끈 박용식씨
후원 보육원생 1명과 브라질행
대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용식(51)씨는 20년째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12번째 선수다. 축구협회나 대표팀이 임명한 공식 응원단장은 아니지만 축구 마니아들은 누구나 그를 ‘월드컵 응원단장’이라고 부른다.

박씨는 22일 “태극문양을 얼굴에 그리고 브라질 월드컵 경기장에 서는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뛴다”고 했다. 그에게 이번 월드컵은 각별하다. 후원하고 있는 대전 성우보육원 학생 1명과 함께 출국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1년 전에 보육원 아이들에게 브라질 월드컵에 같이 가자고 약속했어요. 형편이 넉넉지 않아 1명밖에 못 가게 돼 아쉽습니다.”

보육원 아이들이 월드컵 현장에서 응원을 하는 것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이어 두번째다. 당시에도 보육원이 같이 갈 학생을 선발하다가 막판까지 2명의 우열을 가리지 못하자, 그는 학생 2명을 보내는 대신 자신은 한국에 남아 운영하는 식당에서 손님들과 한국팀을 응원했다. 아이들은 그에게 ‘부부젤라’(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통악기)를 선물했다.

그가 월드컵 등 한국 축구대표팀의 원정경기 응원단장으로 나선 것은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시작으로 50여차례에 이른다. 얼굴에 태극문양을 그리고 태극기 조끼와 축구 강국의 국기를 인쇄한 천을 치마처럼 걸치고 꽹과리를 치며 관중의 응원을 이끌었다.

“축구만큼 정직하고 순수한 스포츠도 없어요. 공 하나면 누구나 평등합니다. 계층, 인종, 빈부 격차와 상관없이 하나가 되고 감동을 줍니다.” 12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가난하게 살던 그에게 축구는 가난을 잊고 친구들과 친해지는 통로였다.

보육원 아이들을 후원한 것은 27살 때 결혼을 하면서부터다. 능력껏 돕자고 시작한 게 벌써 25년이 됐다. 어려운 여건의 청소년기 아이들이 겪는 고통을 나누고 싶었다. 그러다 아이들과 축구를 시작했다. 축구를 통해 땀의 의미를 배우고, 선의의 승부를 하는 법을 익혀 이웃을 배려하는 시민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짬을 내 보육원에 들르면 아이들과 공을 차며 교감했다. 그에게 설렘이자 희망인 축구는 이제 아이들의 꿈과 즐거움이 됐다. “배려를 배운 이 아이들이 시민으로 성장하면 세월호 참사 같은 부끄러운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겁니다.”

그는 다음달 24일 출국해 한국 대표팀의 예선 마지막 경기인 벨기에전부터 교민 등과 합류해 응원한다. 이에 앞서 이달 말에는 보육원에서 아이들과 바비큐 파티를 열고 동행할 학생을 발표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남북응원단장을 할 때가 가장 기억납니다. 남북이 축구로 하나가 됐습니다. 남북단일팀이나 통일한국 대표팀이 꾸려지면 평양 능라도경기장도 좋고 서울 상암경기장도 좋습니다. 응원단 맨 앞줄에서 목놓아 응원해 보는 게 꿈입니다.”

대전/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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