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0일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묻는 첫 재판이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지난 5월15일 승객을 두고 세월호에서 탈출한 이준석 선장 등 선원 15명을 구속 기소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검찰 “승객 방치 고의성 짙다”
선원들 “살아야겠다는 본능뿐”
법원, 집중심리…공판 실황 중계
선원들 “살아야겠다는 본능뿐”
법원, 집중심리…공판 실황 중계
400명이 넘는 승객을 기울어지는 배에 내버려둔 채 탈출한 이준석(68) 선장 등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재판이 사고 발생 56일 만에 시작된다.
광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임정엽)는 10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검경합동수사본부가 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한 이 선장 등 세월호 선원들의 첫 재판을 연다고 9일 밝혔다.
이날은 재판준비 기일로 원고와 피고가 사건의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 신청과 입증 계획을 제출하는 등 절차를 협의한다. 이런 협의는 본격적인 공판을 앞두고 두세차례 더 열릴 예정이다.
정식 공판이 열리면 이 선장과 강원식(42) 1등항해사, 김영호(46) 2등항해사, 박기호(45) 기관장 등 세월호 선원 4명한테 적용된 살인 혐의를 두고 치열한 법리 다툼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승객을 구조할 의무를 지닌 선원들이 구조선이 이미 도착해 전원을 구조할 수 있는 상황이고, 선내방송·무전기·비상벨 등 탈출 지시 전파수단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는데도 ‘나 몰라라’ 하고 탈출해 버렸다”고 밝혔다.
검찰은 “선원들은 1층의 침수한계선이 잠기기 시작한 4월16일 오전 9시34분 그대로 두면 모두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승객들을 탈출시키면 자신들의 구조순위가 뒤로 밀릴 것 같아 먼저 퇴선한 만큼 고의성이 짙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또 “선원들이 옷을 갈아입고 탈출할 정도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설령 상황이 긴박했어도 해경 경비정에 구조된 순간부터 승객 숫자와 선박 구조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구조에 동참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선장 등은 “선박이 급격하게 기울어버린 다급한 상황에서 살아야 하겠다는 본능적인 생각밖에 없었다. 해경이 왔기 때문에 승객을 대신 구해줄 것이라고 믿었다”며 고의성을 부인해왔다.
변호인들은 “이 선장 등이 일관되게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전혀 고의가 없었고, 이렇게 많은 인명피해가 날지 몰랐다고 한다”며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요지로 변론하겠다”고 밝혔다. 이 선장 등 14명은 국선변호인 6명이 변호를 맡고, 기관사 손아무개씨는 사선변호인을 선임했다.
광주지법은 이번 사건을 ‘적시처리 필요 중요사건’으로 선정해 판사 수를 4명으로 늘리고 매주 한차례 이상 공판을 진행하는 집중심리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또 방청권을 미리 발급받은 이들한테만 재판 방청을 허용하고, 인근에 보조법정 1곳을 지정해 공판 실황을 중계한다.
세월호 침몰사고 원인을 수사중인 검경합동수사본부는 9일까지 이 선장 등 세월호 선원 15명, 김한식 대표 등 청해진해운 임직원 6명 등 모두 30명을 재판에 넘겼다.
한편,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9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사건에 대한 선고 형량을 결정할 때는 재발 방지와 안전사회를 위한 국민적 염원도 중요하게 참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광주/안관옥 정대하 기자
이경미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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