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자 월야중 교사
전남 함평 월야중 교사 배성자씨
장학금 남기고 암으로 별세
남편 “학생들 ‘사랑해요’ 문자에
아내 휴대전화 아직껏 해지 못해”
장학금 남기고 암으로 별세
남편 “학생들 ‘사랑해요’ 문자에
아내 휴대전화 아직껏 해지 못해”
“선생님, 잘 계시나요? 보고 싶어요.” 지난 4월 숨진 전남 함평 월야중 교사 배성자(48·사진)씨의 남편 최지성(52)씨는 19일 아직도 아내의 휴대전화를 해지시키지 못하는 이유를 전하며 목이 메었다.
그는 “아내가 숨진 지 두 달이 지난 뒤에도 학생들한테 간간이 문자가 들어온다”며 “답장은 못하지만 학생들이 소식을 전할 통로를 차마 없앨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스승의 날엔 ‘선생님 오늘이 스승의 날인데 꽃 한송이 못 드리네요.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문자가 날아와서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당시 광주에서 치른 장례식에는 예전 근무했던 학교의 학생들까지 150여명이 조문을 왔다. 일부 제자들은 묘소까지 물어물어 찾아와 직접 헌화하기도 했다.
최씨는 최근 아내의 49재를 올린 뒤 아내가 재직했던 두 학교를 방문해 “하늘나라로 먼저 간 아내가 마지막으로 남긴 바람이었다”며 장학금으로 1000만원씩을 전달했다.
2010년부터 3년 동안 함평여중에서, 2013년에는 월야중에서 역사 담당으로 재직한 고인은 지난해 1학기를 마치고 교감 연수를 받던 중 뜻밖에 담관암 진단을 받았다. 이후 병가를 내고 투병했지만 끝내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했다. 담임교사와 교무부장 등을 맡아 열정적으로 일하던 그는 평소 제자들에게 “낙후된 농어촌 지역에서 공부하지만 뜻을 가지면 길이 보인다. 미래를 꿈꿔라. 참되고 바르게 살아라”며 희망을 주려 애써왔다.
“제자들을 끔찍히 아꼈던 아내는 학생들을 자주 집으로 데려와 함께 보내기도 했어요. 입원중에도 동료나 학생들의 문병을 극구 사양했고, 죽더라도 힘닿는 데까지 제자들을 돕고 싶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최씨는 “아내의 뜻대로 퇴직금 일부를 쪼개 제자들의 뒷바라지에 쓰기로 했다”며 “적은 액수여서 송구스럽다.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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