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텃밭 ‘팜 살롱’ 회원들이 지난 14일 대전 노은동 논골텃밭에서 함께 땀 흘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팜 살롱은 주말과 휴일에 텃밭을 일구는 대전권 대학생 모임이다.
[현장 쏙] 대학생 농사꾼들의 모임 ‘팜 살롱’
대전도시텃밭연대는 자투리땅을 경작하며 노동과 생각을 공유하는 시민공동체다. 땅을 아끼고 생명을 존중하는 이들의 텃밭 사랑은 미래를 위한 소비자운동이기도 하다. ‘나’에서 시작해 ‘우리’로 커가는 대전도시텃밭연대 소속 8개 텃밭 가운데 삽질하는 게 마냥 즐거운 대학생 동아리 ‘팜 살롱’의 재기발랄한 청춘텃밭을 만났다.
대전도시텃밭연대는 자투리땅을 경작하며 노동과 생각을 공유하는 시민공동체다. 땅을 아끼고 생명을 존중하는 이들의 텃밭 사랑은 미래를 위한 소비자운동이기도 하다. ‘나’에서 시작해 ‘우리’로 커가는 대전도시텃밭연대 소속 8개 텃밭 가운데 삽질하는 게 마냥 즐거운 대학생 동아리 ‘팜 살롱’의 재기발랄한 청춘텃밭을 만났다.
“우리는 농노들이에요. 제가 ‘농노 1호’, 이 친구가 ‘농노 2호’. 그리고 저기 얼굴 하얀 애는 ‘지주 딸’이에요.”
초여름 햇볕이 만만치 않게 내리쬐던 지난 14일 한낮, 대전시 유성구 노은동 논골텃밭에서 젊은 농사꾼들의 모임인 ‘팜 살롱’(Farm Salon)을 만났다. 팜 살롱(cafe.naver.com/farmsalon)은 주말·휴일에 텃밭을 일구는 대전권 대학생들의 모임이다. 대전지역 9개 대학 학생 30여명이 농사를 짓는다.
‘농노 1호’라는 신지현(24·배재대 공공행정학과 3)씨가 회원들을 소개했다. ‘농노 2호’는 같은 과 친구인 오승현(24)씨, ‘지주의 딸’은 김진선(24·배재대 법학과 4)씨다. “농노보다 못한 일꾼 1호도 있어요. 엉엉.” 삽질하던 막내 윤선권(21·배재대 컴퓨터공학과 2)씨가 절규하듯 외치자 모두들 배꼽을 잡았다.
대전지역 9개 대학 30여명 모여
유기농법 찾다 도시텃밭연대 가입 자전거 짐받이 ‘이동식 텃밭’
전봇대 밑 땅 꽃상자 등 설치한
‘도심속 오아시스 프로젝트’
열정·재기발랄한 생각으로 탄생 지역아동센터 자원봉사도 하며
텃밭서 아이들과 마음 나눠
“더불어 사는 삶 배워 행복” ■ 즐거운 대학생 텃밭 이날 팜 살롱은 이동식 텃밭을 선보였다. 이동식 텃밭은 오토바이, 자전거 짐받이에 설치한 작은 나무상자에 상추 등 농작물을 심은 것으로, 젊은 대학생들의 열정과 재기발랄한 생각이 어우러져 탄생했다. 이동식 텃밭은 가지고 다니면서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반찬통이다. 학생들의 관심을 끌어 농사꾼을 늘리는 데 효과 만점이다. 지난봄에는 텃밭 회원을 모으려고 충남대 도서관 앞에서 겉절이를 만들고,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어떤 겉절이가 맛있는지 평가해 달라는 시식 행사도 했다. 팜 살롱은 구성원들의 전공을 살려 재미있는 텃밭을 만든다. 공대생들은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돌아가는 믹서를 만들어 대학 축제나 시민 축제 때 즉석 토마토주스를 선보인다. 텃밭 화분은 미대생들이 공들인 작품이다. 올해는 이동식 텃밭과 도심 속 오아시스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거창해 보이지만 도심 속 오아시스 프로젝트는 전봇대, 가로등, 가로수 바로 밑에 노출돼 있는 땅에 꽃과 농작물을 심은 예쁜 상자를 설치하는 것이다. 자투리땅, 옥상만 텃밭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어서다. 박지윤(21·충남대 원예학과 2)씨는 “텃밭은 어디서나 할 수 있고 무엇이든 키울 수 있다. 작은 텃밭이라도 땀의 의미와 수확의 기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 삽 한자루로 일군 팜 살롱 팜 살롱의 씨앗은 2010년 싹을 틔웠다. “대학에 입학해서 무엇인가를 가꾸고 싶었습니다. 주차장 옆에 빈 땅이 있길래 상추를 심었죠.” 백종운(27)씨는 2010년 3월 삽 한자루를 샀다. 일꾼 1호 윤선권씨가 들고 있던 그 삽이다. 백씨는 그 삽으로 목원대 공과대학 옆 17㎡(5평) 크기 공터에 둔덕 4개를 만들었다. 상추를 심은 이유는 단순했다. 보잘것없지만 화초보다 빨리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한달여가 지나자 상추가 제법 자랐다. 백씨는 고추장과 밥을 싸들고 학교에 갔다. 상추는 신선하고 달콤한 점심 반찬이 됐다. 상추 키우는 재미에 빠져 아침에 물을 준 뒤 강의를 듣고 저녁때 김을 맸다. 삽을 사고 두달여가 지나자 공대 친구들과 교수, 청소 아줌마까지 텃밭을 가꾸는 농사꾼이 됐다. 텃밭은 50㎡(15평)로 늘었고, 모두들 상추를 나눴다. 그는 이듬해 한밭대에 편입해서도 학교 자투리땅을 일궜다. 삽을 산 친구들이 8명으로 늘어났다. 가꾸고 수확하는 기쁨을 나눴다. 다른 학교 친구들에게도 텃밭을 권했다. 2012년이 되자 목원대, 한밭대, 충남대 3곳에서 20여명이 텃밭 식구가 됐다. 대학생 청춘텃밭 팜 살롱이 탄생했다. 순탄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대학 쪽에서 ‘학교 땅에 농사는 곤란하다’며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러 대학 학생들이 모였다는 이유로 동아리 등록도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이들의 텃밭은 대학을 떠나 도심의 자투리땅과 옥상 등을 떠돌았다. 또 텃밭이 커지면서 상추 외에 토마토, 오이, 가지, 완두콩, 감자, 쌈채소 등 경작 작물을 늘리면서 병이 잦고 수확도 잘되지 않았다. 농사 경험이 없고 전공도 제각각이어서 열정만으로 농사꾼이 될 수는 없었다. 종묘·농약사를 찾았더니 비료와 농약을 권했다. 내가 먹으려고 가꾸는 농작물에 화학제제를 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농약 없던 옛날에는 어떻게 농사를 지었지?” 의문이 들었다. 유기농법을 찾다가 대전지역에서 유기농 텃밭을 꾸리는 시민 모임인 대전도시텃밭연대와 인연을 맺었다. 텃밭연대에 가입하고 선배들에게 농사짓는 법을 배웠다. 팜 살롱은 대전도시텃밭연대 소속 8개 텃밭 가운데 하나가 됐다. ■ 더불어 사는 삶, 텃밭의 선물 팜 살롱은 농작물을 키우고 먹는 데 안주하지 않는다. 농사를 짓는 정성스런 마음을 나누는 일도 이들의 몫이다. 노의정(22·한남대 미술대학 3)씨는 지역아동센터에서 그림을 가르치는 봉사를 한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싫어서 사람 만나기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재주를 무기 삼아 봉사하기로 했단다. 지난해 초 지역아동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아이들 그림을 보니 폭력적이고 어두웠어요. 잘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었는데도 따라 하지 않더군요.” 그러다 같은 센터에서 봉사하는 팜 살롱 대학생들과 만났다. 노씨는 팜 살롱 대학생들의 권유로 아이들을 데리고 텃밭에 갔다. 아이들은 흙을 뒤집고, 잎을 만지더니 푸릇푸릇한 텃밭 그림을 그렸다. 오늘 만져보았던 깻잎, 텃밭에서 일하던 언니·오빠들을 그렸다. 그러더니 아이들이 먼저 텃밭으로 달려가 콩과 오이를 쓰다듬고 고추를 땄다. 그는 농사짓는 걸 직접 경험해 아이들에게 텃밭을 잘 알려주려고 팜 살롱 회원이 됐다. 먼저 텃밭을 만났든, 지역아동센터 봉사를 시작했든 팜 살롱은 지역아동센터 자원봉사자 모임이기도 하다. 팜 살롱은 해마다 같은 곳에서 일년 내내 농사지을 수 있는 텃밭을 갖는 게 꿈이다. 백종운씨는 “자치단체가 분양하는 텃밭은 해마다 위치가 바뀌고, 3~9월밖에 농사를 짓지 못해 겨울에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할 텃밭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나만 아는 대학생에서 지역아동센터와 텃밭에서 함께하는 우리를 배우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하게 사는 법이 텃밭에 있더군요. 땅에 땀을 더하면 누구나 위대한 텃밭의 힘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노의정씨의 텃밭 예찬이다. 대전/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유기농법 찾다 도시텃밭연대 가입 자전거 짐받이 ‘이동식 텃밭’
전봇대 밑 땅 꽃상자 등 설치한
‘도심속 오아시스 프로젝트’
열정·재기발랄한 생각으로 탄생 지역아동센터 자원봉사도 하며
텃밭서 아이들과 마음 나눠
“더불어 사는 삶 배워 행복” ■ 즐거운 대학생 텃밭 이날 팜 살롱은 이동식 텃밭을 선보였다. 이동식 텃밭은 오토바이, 자전거 짐받이에 설치한 작은 나무상자에 상추 등 농작물을 심은 것으로, 젊은 대학생들의 열정과 재기발랄한 생각이 어우러져 탄생했다. 이동식 텃밭은 가지고 다니면서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반찬통이다. 학생들의 관심을 끌어 농사꾼을 늘리는 데 효과 만점이다. 지난봄에는 텃밭 회원을 모으려고 충남대 도서관 앞에서 겉절이를 만들고,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어떤 겉절이가 맛있는지 평가해 달라는 시식 행사도 했다. 팜 살롱은 구성원들의 전공을 살려 재미있는 텃밭을 만든다. 공대생들은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돌아가는 믹서를 만들어 대학 축제나 시민 축제 때 즉석 토마토주스를 선보인다. 텃밭 화분은 미대생들이 공들인 작품이다. 올해는 이동식 텃밭과 도심 속 오아시스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거창해 보이지만 도심 속 오아시스 프로젝트는 전봇대, 가로등, 가로수 바로 밑에 노출돼 있는 땅에 꽃과 농작물을 심은 예쁜 상자를 설치하는 것이다. 자투리땅, 옥상만 텃밭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어서다. 박지윤(21·충남대 원예학과 2)씨는 “텃밭은 어디서나 할 수 있고 무엇이든 키울 수 있다. 작은 텃밭이라도 땀의 의미와 수확의 기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 삽 한자루로 일군 팜 살롱 팜 살롱의 씨앗은 2010년 싹을 틔웠다. “대학에 입학해서 무엇인가를 가꾸고 싶었습니다. 주차장 옆에 빈 땅이 있길래 상추를 심었죠.” 백종운(27)씨는 2010년 3월 삽 한자루를 샀다. 일꾼 1호 윤선권씨가 들고 있던 그 삽이다. 백씨는 그 삽으로 목원대 공과대학 옆 17㎡(5평) 크기 공터에 둔덕 4개를 만들었다. 상추를 심은 이유는 단순했다. 보잘것없지만 화초보다 빨리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한달여가 지나자 상추가 제법 자랐다. 백씨는 고추장과 밥을 싸들고 학교에 갔다. 상추는 신선하고 달콤한 점심 반찬이 됐다. 상추 키우는 재미에 빠져 아침에 물을 준 뒤 강의를 듣고 저녁때 김을 맸다. 삽을 사고 두달여가 지나자 공대 친구들과 교수, 청소 아줌마까지 텃밭을 가꾸는 농사꾼이 됐다. 텃밭은 50㎡(15평)로 늘었고, 모두들 상추를 나눴다. 그는 이듬해 한밭대에 편입해서도 학교 자투리땅을 일궜다. 삽을 산 친구들이 8명으로 늘어났다. 가꾸고 수확하는 기쁨을 나눴다. 다른 학교 친구들에게도 텃밭을 권했다. 2012년이 되자 목원대, 한밭대, 충남대 3곳에서 20여명이 텃밭 식구가 됐다. 대학생 청춘텃밭 팜 살롱이 탄생했다. 순탄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대학 쪽에서 ‘학교 땅에 농사는 곤란하다’며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러 대학 학생들이 모였다는 이유로 동아리 등록도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이들의 텃밭은 대학을 떠나 도심의 자투리땅과 옥상 등을 떠돌았다. 또 텃밭이 커지면서 상추 외에 토마토, 오이, 가지, 완두콩, 감자, 쌈채소 등 경작 작물을 늘리면서 병이 잦고 수확도 잘되지 않았다. 농사 경험이 없고 전공도 제각각이어서 열정만으로 농사꾼이 될 수는 없었다. 종묘·농약사를 찾았더니 비료와 농약을 권했다. 내가 먹으려고 가꾸는 농작물에 화학제제를 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농약 없던 옛날에는 어떻게 농사를 지었지?” 의문이 들었다. 유기농법을 찾다가 대전지역에서 유기농 텃밭을 꾸리는 시민 모임인 대전도시텃밭연대와 인연을 맺었다. 텃밭연대에 가입하고 선배들에게 농사짓는 법을 배웠다. 팜 살롱은 대전도시텃밭연대 소속 8개 텃밭 가운데 하나가 됐다. ■ 더불어 사는 삶, 텃밭의 선물 팜 살롱은 농작물을 키우고 먹는 데 안주하지 않는다. 농사를 짓는 정성스런 마음을 나누는 일도 이들의 몫이다. 노의정(22·한남대 미술대학 3)씨는 지역아동센터에서 그림을 가르치는 봉사를 한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싫어서 사람 만나기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재주를 무기 삼아 봉사하기로 했단다. 지난해 초 지역아동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아이들 그림을 보니 폭력적이고 어두웠어요. 잘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었는데도 따라 하지 않더군요.” 그러다 같은 센터에서 봉사하는 팜 살롱 대학생들과 만났다. 노씨는 팜 살롱 대학생들의 권유로 아이들을 데리고 텃밭에 갔다. 아이들은 흙을 뒤집고, 잎을 만지더니 푸릇푸릇한 텃밭 그림을 그렸다. 오늘 만져보았던 깻잎, 텃밭에서 일하던 언니·오빠들을 그렸다. 그러더니 아이들이 먼저 텃밭으로 달려가 콩과 오이를 쓰다듬고 고추를 땄다. 그는 농사짓는 걸 직접 경험해 아이들에게 텃밭을 잘 알려주려고 팜 살롱 회원이 됐다. 먼저 텃밭을 만났든, 지역아동센터 봉사를 시작했든 팜 살롱은 지역아동센터 자원봉사자 모임이기도 하다. 팜 살롱은 해마다 같은 곳에서 일년 내내 농사지을 수 있는 텃밭을 갖는 게 꿈이다. 백종운씨는 “자치단체가 분양하는 텃밭은 해마다 위치가 바뀌고, 3~9월밖에 농사를 짓지 못해 겨울에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할 텃밭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나만 아는 대학생에서 지역아동센터와 텃밭에서 함께하는 우리를 배우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하게 사는 법이 텃밭에 있더군요. 땅에 땀을 더하면 누구나 위대한 텃밭의 힘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노의정씨의 텃밭 예찬이다. 대전/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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