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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혁신 ‘질문 있는 교실’ 만들겠다”

등록 2014-06-24 19:29수정 2014-06-24 22:02

재선에 성공한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23일 시교육감실에서 민선 2기 최우선 사업으로 주입식 암기식 수업 형태를 토론하고 질문하고 대답하는 방향으로 바꾸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제공
재선에 성공한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23일 시교육감실에서 민선 2기 최우선 사업으로 주입식 암기식 수업 형태를 토론하고 질문하고 대답하는 방향으로 바꾸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제공
인터뷰 |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당선자

토론·문답하는 과정이 진짜 학습
교사가 멘토 되는 희망교실 확대

진보교육은 교육 속에서 정의실현
청렴한 학교, ‘바른역사·배려’ 교육

법률 안에서 재량껏 전교조에 협조
고교 무상급식 지자체 손잡고 확대
재선에 성공한 장휘국(64) 광주시교육감은 자신감이 넘쳤다. 23일 시교육감실에서 만난 그는 직선 2기 동안 ‘질문과 답변이 있는 교실’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 수업을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차분한 어투 속엔 ‘뚝심’이 실려 있었다. 득표율이 4년 전 39.7%에서 이번엔 47.6%로 오른 때문인지 소명의식도 더 강해진 듯했다.

그는 교육 현장을 바라보는 망원경과 현미경을 동시에 갖고 있다. 교육 경력 40년 동안 교단에서 강제로 쫓겨난 적도 있고, 직선 초대 교육감을 지내는 등 곡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안팎의 우려를 털고 시민한테 재신임을 받은 그의 2기 구상을 들어봤다.

-득표율이 올랐는데?

“지난 4년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신 덕분이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을 둔 학부모들께서 아이를 학교 보내기가 편해졌다고들 하신다. ‘선생님을 어떻게 대접할까’, ‘촌지를 얼마나 넣을까’ 하는 고민을 안 해도 된다고 하셨다. 2~3년 사이에 확연이 달라졌다고 한다. 중학교 학부모들은 무상급식으로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셨다. 교직원들도 이전으로 돌아가면 안 되지 하는 바람이 있었다. 승진이나 전보 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막판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었는데?

“시민들을 만나보니 ‘성적이 떨어졌다’고 걱정하기보다는 ‘인성 교육을 시켜달라’는 분들이 많았다. 국민적 기대가 달라지고 있다고 느낀다. 1기 진보 교육감 6명 중 서울, 경기는 변고가 있었지만 진보 후보가 계승을 했고, 나머지 4곳은 모두 재선에 성공했다.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는 교육혁신들이 평가받고 전파되어 진보 교육감이 13명 당선됐다고 본다.”

-진보란 무엇인가? 진보 교육은 무엇인가?

“진보란 낡은 관행에 젖어 있지 않고 발전적 방향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보 교육은 이런 사회의 요구를 교육에 적용하고 실현하는 것이다. 요즘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정의의 실현이다. 정의의 실현을 교육에서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이 나온다. 청렴한 교직 사회를 만들고,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고, 더불어 잘 살아가기 위해 약한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르치는 것이 진보 교육이라고 본다.”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되는 순간 심정이 어땠나?

“매우 마음이 아프고 당황스러웠다. 그 어렵고 험난한 과정을 거쳐 합법화를 이뤘는데 해직자 몇 사람이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노조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되물었다. 생각이 다르다고 이렇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있어서도 안 되고 온당하지도 않는 일이다. 슬프고 분노스러웠다.”

-해직자 조합원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 않은가?

“이 정부의 역사관 노동관 노조관에 비춰 본다면 전교조를 매우 불온하게 생각하고, 교육 발전을 위해 함께하기 어려운 단체로 보는 것 같다. 이는 1989년 좌경용공단체로 색깔을 덧칠해 탄압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교육부는 7월3일까지 전임자 복귀 명령을 내렸는데?

“교육감은 휴직의 사유가 소멸되면 복귀를 명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휴직 사유가 소멸한 사람은 30일 안에 신고하게 돼 있다. 복귀 명령의 시점이 임용자가 인지하는 순간부터인지, 해당자가 신고한 순간부터인지 법률적 해석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단체협약, 사무실 지원, 보조금 지급 등은 법률의 범위 안에서 교육감의 권한과 재량을 발휘 하겠다. 노조의 지위와 권리를 상실했다고 실체를 무시하거나 부정해서는 안 된다.”

-민선 2기 최우선 사업은?

“수업 형태를 바꾸는 데 노력하겠다. 공약에서는 ‘질문이 있는 교실, 배움이 있는 교실’을 만들겠다고 했다. 대학 강의 때 ‘인형한테 말하는 것같이 답답하다’는 교수들 이야기를 들었다. ‘의견을 말하라, 질문을 하라’고 하면 다들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이다. 초·중·고 보통교육 때 주입식 암기식으로 길들여진 탓이다. 토론하고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진짜 학습이 이뤄진다. 수업을 혁신해야 한다. 이것을 첫번째로 이루고 싶다. 덧붙인다면 경제적·사회적·심리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속한 탓에 희망이 없는 아이들한테 교사들이 부모가 되고, 멘토가 되는 희망교실을 확대하고 싶다. 교사가 아이들 데리고 서점에 가서 책도 사주고, 강가로 나가 자전거를 타고 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200명에서 올해는 4500여명으로 늘렸다. 가능하면 모든 교사들이 참여해 변화의 씨앗을 뿌렸으면 한다.”

-인사 청탁을 받아본 적은 없는가?

“인사 청탁을 받았지만 해준 적은 없다. 크거나 작거나 힘을 가진 분들이 더러 압력을 넣어왔다. 힘없는 사람들은 생계형 취업을 부탁하기도 했다. 퇴임 교사 중 연금이 없으니 학교 지킴이라도 하게 해달라는 딱한 사정 등이었다. 하나도 못 들어줬다. 학교에서 임용하는데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했다. 선거 때 도와주신 분들 중 서운해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고교 무상급식은 광주만 하는가?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전북 무주와 진안에서 하고 있다. 전남 일부에서도 지원한다. 광주시에서는 예산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중앙정부가 의무교육의 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급식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 노력을 더 해야 한다.”

-재원은 얼마나 드는가?

“고교생한테 점심 한끼를 무상으로 준다. 한해 390억~400억원이 들어간다. 한 학년만 하면 140억원이 든다. 지자체와 협력해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

-이번 선거에서 광주에는 전교조 출신 교육감과 시민단체 출신 시장이 나왔다.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큰데?

“시민의 입장에서, 약자의 입장에서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이 더불어 갔으면 한다. 시민의 의견을 듣고, 불편을 해소하고 복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교육과 행정이 나아갈 것이다.”

-민간 참여에도 관심이 많은데?

“광주교육협동조합을 구성해 교복 공동구매, 학교매점 운영, 학교시설 관리, 돌봄교실 운영 등을 시도해보겠다. 선거 때 다른 후보가 제안했는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도입을 검토하겠다. 방과 후 공익재단도 구상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교육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 학교 자치에 접근하도록 하겠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사진 광주시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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