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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학생 위한 재판부의 배려

등록 2014-06-24 19:34수정 2014-06-24 20:58

“트라우마 후유증” 학부모 요청에
시험본뒤 안산지원서 진술듣기로
“지금도 그때의 사건이 진행형이다.”

24일 오전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안산 단원고 학부모 ㅇ씨가 재판부에 세월호 사고 때 구조된 학생들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전했다. 광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임정엽)는 이날 세월호에 승객들을 내버려 두고 도망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준석(68)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세번째 재판(공판준비기일)에서 승객·교사·승무원 등의 증인 출석 일정을 결정하려던 참이었다. ㅇ씨는 지난 22일 저녁 학생들이 수업과 치유를 병행하며 합숙하는 연수원에서 발생한 화재 감지기 오작동 사고를 예로 들어 아이들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설명했다.

“사이렌이 울리고 비상방송이 나왔다. ‘건물 화재가 났으니 침착하게 밖으로 대피하라’는 내용이다. 꼼짝도 못한 아이들도 있었다. 세월호 사고 당시 배 안에서 들었던 방송 내용과 똑같아 ‘친구들을 두고 왔다’는 생각에 꼼짝 못했다고 한다. 너무 놀라 (학부모가) 119에 실려 가기도 했다.”

ㅇ씨의 말을 듣던 방청석의 유족들이 눈물을 흘렸다. ㅇ씨는 “먼 곳 광주까지 내려와 진술하는 것, 아이들이 힘들다. 또 7월20일부터 25일까지가 기말고사다. 그 이후가 여름방학이니 그때를 이용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기말고사가 끝난 뒤인 7월28~30일 이틀 또는 사흘 동안 수원지법 안산지원으로 가 단원고 학생들의 진술을 듣기로 했다.

한편 이날 재판이 끝날 무렵 한 학부모는 재판부의 허락을 받아 단원고 학생 등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을 법정 영상을 통해 피고인들에게 보여줬다. 그는 “내 아이들이다.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말 반성한다면 거짓 없는 증언을 해달라. 자다가도 눈물을 흘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족은 텅 빈 단원고 교실에 국화꽃이 덩그렇게 놓여 있는 사진을 법정에 공개한 뒤 눈시울을 붉혔다.

광주/정대하 기자, 정은주 <한겨레21>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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