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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환경 살리면, 환경이 우리를 살려요”

등록 2014-07-15 18:40수정 2015-01-19 16:14

서한태(85) 박사
서한태(85) 박사
[짬]목포 환경운동 대부 서한태 박사
인구 25만명이 사는 전남 목포에 마땅한 상수원이 없다. 시민들은 가뭄 때마다 이틀, 사흘 만에 찔찔 나오는 수도꼭지를 쳐다보며 고통을 겪어야 했고, 다른 강에 페놀이라도 번질라치면 식수원인 영산강이 잘못되지 않을까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맑은 물에 갈급했던 시민들은 그만큼 환경의 중요성에 일찍 눈을 떴다.

‘목포 환경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서한태(85·사진) 박사는 이런 시민의 바람을 몸으로 실천한 환경운동 1세대다. 그는 의대 공부와 군의관 시절을 빼고는 고향을 떠난 적이 없는 토박이다. 애초엔 환경에 별 관심이 없는 보통 의사였으나 이웃들의 물 걱정을 들으며 나 몰라라 할 수 없었다. 1983년 영산강 상류의 주정공장 설립을 막아낸 뒤 본업인 의사보다는 환경운동가로 더 알려졌다.

최근 그는 숲과 강, 몸 등에 대한 생각을 밝힌 글 82편을 모아 <쾌적한 환경을 찾아서>라는 책을 냈다. 지난 11일 목포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팔십대 중반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건장하고 혈색이 좋았다. 또랑또랑한 목소리엔 원로의 경륜이 묻어났지만, 수상 경력이 화제에 오를 땐 소년처럼 수줍어하기도 했다. 태권도 공인 4단인 그는 가벼운 산책과 규칙적 생활로 신장 180㎝·몸무게 80㎏의 몸매를 여태껏 유지하고 있다.

1983년 영산강 주정공장 막으려
‘보통 의사’에서 환경운동가 변신
유달산·삼학도 파괴 시도도 막아
물걱정 하다 달라진 인생 책으로
“환경, 이론보다 실천이 중요한 때
4대강 망친 MB 구류간 보내야”

“우리가 환경을 살리면, 환경이 우리를 살립니다.” 그는 책에 이런 철학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못된 사람은 역사가 심판하고, 우리의 바보짓은 자연이 심판한다’라는 사무실 구석의 액자를 가리키며 “모두가 알지만 대비하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그리고 이제는 이론보다 실천이 필요한 시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2500년 전 공자님도 ‘언행일치’를 주장했습니다. 전에는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의 은공은 알아도, 생명을 품어 키운 자연에 고마워할 줄은 몰랐죠. 다행히 꾸준한 계몽 덕분에 이제는 하나 뿐인 지구의 소중함을 다 알고 있지만, 여전히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에너지를 함부로 쓰며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의대 시절 공기·물·토양 등에 주목한 예방의학에 고개를 끄덕인 정도가 고작이었다는 그는 오십대에 이르러 이웃들과 더불어 물 걱정을 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인생이 달라져 있었다.

“물 사정이 좋지 않았던 목포는 81년 영산강 하굿둑이 만들어지자 이제는 물을 풍족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요. 그런데 2년쯤 뒤 상류인 영산포에 오폐수를 대규모로 흘려보내는 주정공장이 들어선다는 거예요. 25만 시민 모두가 똘똘 뭉쳐 저지했지요. 공해 사업장이 들어서기 전에 집단이 나서 추방을 시킨 세계적인 성공 사례였어요.”

이 과정에서 목포지역의 첫 환경단체라고 할 수 있는 영산강보존회가 만들어졌다. 승리를 경험한 목포시민들은 현안이 있을 때마다 단체를 만들어 싸우고, 싸워서 이기는 역사를 만들어갔다.

“86년 9월에는 삼학도에 시멘트 사일로(저장고) 2동을 건립한다고 해 이를 막느라 삼학도보전회를 만들었어요. 87년 7월에는 유달산에 들어선다는 케이블카를 저지하려고 유달산보전회를 설립했고요. 심지어 그 유명한 ‘목포 주먹’들까지 가세한 총력전으로 삼학도와 유달산을 지켜냈지요.”

당시는 전두환 독재 시절이라 ‘찍히면 죽는다’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었다. 기업과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전면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었다. 사람들은 의사인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이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80년대 활동한 3개 단체를 기반으로 목포녹색연구회, 목포환경과건강연구소, 목포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를 잇따라 창립했다. 현재는 500여명을 회원으로 확보해 자립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공로로 그는 무등문화상(84년), 호남인상(91년), 교보환경문화상(98년), 국민훈장 동백장(2000년) 등을 받았다. 김대중정부 때는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30여년의 활동을 정리하면서 환경운동의 첫 발을 내딛게 해준 영산강에 대한 걱정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특히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을 ‘엉뚱한 짓’이라고 개탄했다. “흐르는 물은 맑지만, 고인 물은 썩습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것은 진리입니다. 22조원을 들이고, 어용교수를 동원해 전국의 강을 썩은 물로 뒤덮은 이명박은 당연히 ‘구류간’으로 가야 합니다.”

그는 4대강 특히 영산강의 재자연화(복원)를 위해 하굿둑에서 해수를 유통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이 죽으면 사람도 죽습니다. 하굿둑을 허물지 않고 해수만 유통시켜도 상당히 달라져요. 수문을 여는 데는 큰 비용이 들어가지도 않고요. 장성·담양·나주·광주 등 상류 4개댐에서 하루 2만~3만t씩 용수를 흘려보내고, 바닷물을 막고 있는 영산호의 하굿둑 수문만 개방해도 강이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4기가 들어선 영광의 한빛원전을 두고도 2026년 1·2호기의 설계수명이 다하면 가동을 연장해서는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고리 1호기가 그 사례다. 한꺼번에 없애자는 것은 아니다. 30년이 지난 원전은 폐쇄하고, 더는 짓지 말아야 한다. 대신 대체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소박한 밥상과 단순한 생활로 건강을 지키고 있다. 여태껏 자동차도 휴대전화도 없지만 불편 없이 잘 살아가고 있다. “<채근담>에 복잡한 것보다 단순한 것이, 많은 것보다 적은 것이 편하다는 교훈이 있습니다. 세상이 정보화 사회로 급진적으로 발전해 가는데 대해 성찰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가 고문을 맡고 있는 목포환경운동연합은 지난 9일 서울에서 환경 분야 인사들을 초청해 출판을 보고한 데 이어, 17일에는 목포신안비치호텔에서 주민들과 더불어 출판기념회를 연다.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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