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충남 공주시 공주사대부고에서 열린 ‘태안 사설해병대캠프 희생자 1주기 추모식’에서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공주/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태안 해병대캠프 사고 1주기
유가족·학생, 현장 찾아 추모
유가족·학생, 현장 찾아 추모
365일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자식을 잃은 부모와 가족들은 눈물을 쏟았고, 1년 전 영결식 때처럼 장대비가 또다시 쏟아졌다.
18일 오전 충남 공주시 반죽동 공주대 사범대 부설고(공주사대부고) 운동장에서 ‘태안 사설해병대캠프 희생자 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지난해 7월18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항 인근에서 무자격 교관들한테 사설해병대캠프 훈련을 받던 공주사대부고 2학년생 198명 가운데 5명이 파도에 휩쓸려 숨졌다. 학생들을 인솔했던 교사들 중에서 사고 당시 현장에 나와 있던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때늦은 장맛비로 운동장 곳곳에 고랑이 파였고 추모식 40분 전 호우주의보까지 내렸다. 교문에 내걸린 ‘우리 마음속에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는 한 그들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습니다’라는 펼침막 글귀가 세찬 비를 맞으며 펄럭였다. 고 김동환·이병학·이준형·장태인·진우석군의 친구인 강우승 학생회장(3학년)이 울먹이며 추도문을 읽었다. “약속할게, 너희가 준 사랑을 영원히 품겠다고, 너희 몫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가겠다고. 함께하자 친구들아, 사랑한다.” 공주사대부고 출신인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공주)은 “1년이 지난 오늘, 지금 내리는 비는 다섯 친구들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태안 사고를 눈물로 호소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애도했다. 박 의원은 이달 25일로 다가온 사고 가해자들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사고 진상 규명 뒤로 미뤄달라며 대전지방법원 재판부에 보내는 탄원서와 국회의원 102명의 서명지를 유가족들에게 전달했다.
유가족 대표 이후식(47)씨는 “지난 1년 동안 써내려온 유가족들의 일기는 피비린내 진동하는 전쟁터 그 자체였다. 왜 이 나라는 소중한 희생으로 얻은 교훈마저 이렇게 쉽게 잊어버리고, 반복되는 참사에 번번이 고개를 떨구며 자책해야만 하느냐”고 호소했다. 사고가 잊혀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유가족들의 바람과는 달리 안희정 충남지사는 30분 만에 자리를 떴고, 김지철 충남도교육감과 오시덕 공주시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공주사대부고는 뒤늦게 학생안전관리헌장을 제정·선포했다.
유가족들의 헌화를 끝으로 추모식이 마무리되자 거짓말처럼 비가 멎고 해가 비쳤다. 유가족들은 천안공원묘원을 참배한 뒤 태안 사고 현장에서도 추모 의식을 치렀다.
공주/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태안 사설해병대캠프 희생자 1주기 추모식’이 열린 18일 충남 공주시 반죽동 공주사대부고 3학년 교실 책상에 지난해 7월 해병대캠프에 참가했다가 숨진 이 학교 학생 5명을 추모하는 종이학이 놓여 있다. 공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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