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집때 성적제한 폐지 조건 갈등
입학전형 공고앞 요강 아직도 안내
시교육청 “추첨선발 직권 공고할 것”
입학전형 공고앞 요강 아직도 안내
시교육청 “추첨선발 직권 공고할 것”
자율형 사립고로 재지정을 받은 광주 송원고가 ‘모집할 때 성적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조건에 막혀 진퇴양난의 기로에 섰다.
광주시교육청은 12일 “신입생 전형요강 공고일인 14일이 목전에 닥쳤는데도 송원고에서 요강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끝내 요강을 내지 않으면 성적에 관계 없이 지원을 받고 추첨으로 선발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요강을 직권으로 공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모든 학교의 전형요강은 교육감한테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학생 선발권이 교육감한테 있는 만큼 지원자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원고는 지난달 28일 전체 시수 중 대입 핵심과목인 국어·영어·수학이 절반을 넘고, 입시·편입 과정에서 공정하지 못한 사례가 적발되는 등 평가 4개 항목에 지적을 받고도 조건부 재지정을 받았다. 송원고는 사흘 뒤인 1일 지원자의 성적 제한을 지난해 상위 30%에서 올해는 상위 50%로 변경한 요강을 제출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이 이를 반려하자 법정 공고일 이틀 전까지 별다른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송원고의 성적 제한 여부가 쟁점으로 불거지면서 진보단체와 보수단체는 이날 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자사고 재지정 철회’와 ‘신입생 선발권 보장’을 각각 촉구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 등 진보단체들은 “송원고가 약속한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당연히 재지정을 취소해야 한다. 서울 시민은 자사고 폐지에 대해 60.7%가 찬성하고, 22.9%만 반대했다. 광주시민의 폐지 여론은 더 높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래교육발전포럼, 교육을 생각하는 학부모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싹쓸이하고 일반고를 고사시킨다는 논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 학교가 도저히 지킬 수 없는 조건으로 폐지를 압박하지 말고 수월성 교육을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송원고의 대응은 이명박 정권이 2010년 설립한 자사고 25곳의 평가와 심사, 재지정에 영향을 끼칠 가늠자가 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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