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된 남편이 돈 송금해달라 부탁”
교정시설·해경 등에 전화 걸어
30명 인적사항·연락처 알아내
2500여만원 가로챈 30대 구속
정보 알려준 공무원 6명도 입건
교정시설·해경 등에 전화 걸어
30명 인적사항·연락처 알아내
2500여만원 가로챈 30대 구속
정보 알려준 공무원 6명도 입건
“교도관인데요. 남편이 부탁한 일이 있습니다.”
지난 5월 김영숙(가명·53)씨는 교도관이라는 낯선 남자의 전화를 받았다. 세월호 사건으로 구속된 남편 ㅅ씨의 부탁이라는 말에 이 남자가 알려준 계좌로 200만원을 송금했다. 같은 달 말 박진수(가명·33)씨도 알고 지내던 ㅎ씨의 담당 교도관이라는 남자의 전화를 받았다. ㅎ씨가 변호사 선임을 부탁해 연락한다는 말에 230만원을 송금했다. ㅎ씨도 세월호 사건으로 구속돼 수감중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초 인천, 목포의 교정시설과 전남 진도의 해경 선박운항 관련 시설에 세월호 관련 수감자들의 가족 인적과 연락처를 묻는 전화가 걸려왔다. 교도관들과 해경 관계자는 인천지검 김아무개 검사, 해경 감사관실이라고 신분을 밝히자 관련 정보를 넘겨줬다.
‘교도관’, ‘검사’, ‘해경 감사관실’ 근무자라고 신분을 속인 것은 김아무개(34)씨. 김씨는 이런 수법으로 세월호 사건 구속자 등 30여명의 정보를 알아내 이들의 가족 등한테서 10여차례에 걸쳐 2500여만원을 챙겼다. 김씨는 지난 7월 컴퓨터 절도 혐의로 대전 둔산경찰서에 구속됐다. 김씨의 신분 사칭 사기사건은 여죄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사기를 당했다고 신고한 세월호 사건 관련 수감자 가족 등이 제시한 휴대전화번호가 모두 같았는데, 바로 구속된 김씨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보도를 통해 구속자와 수감기관을 안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무원자격사칭 등 혐의를 추가해 입건하고, 김씨에게 수감자들의 가족 연락처 등을 넘겨준 인천구치소 간부 ㅇ(56)씨, 목포교도소 간부 ㅇ(56)씨 등 교도관 5명과 해경 간부 ㅈ(48)씨 등 공무원 6명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뒤 지난달 26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대전지검은 교도관 등이 가족 정보를 알려준 행위가 기소 대상인지, 징계 대상인지 고민하고 있다. 이들이 정보 요구자 신원 확인 등 법무부 훈령을 지키지 않았지만, 이들도 사기를 당한 꼴인데다 개인정보보호법의 예외 조항에 ‘수사기관이 수사 목적으로, 혹은 대상자가 정보 제공에 동의한 경우 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정보 제공의 절차’는 규정이 없는 등 법률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3일 검찰 관계자는 “수사중인 사안이어서 검찰의 방침 등은 확인해줄 수 없다. 기소 여부를 고민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칠준 법무법인 다산 대표변호사는 “공무원들이 수사기관으로 오인하고 정보를 줬다면 고의가 아닌 과실로 볼 수 있으며, 과실은 형사처벌 규정이 없어 기소하기 어려운 것이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의 한계다. 정보 요구자의 신원을 확인한 뒤 정보를 제공하는 규정을 만들어 상급기관의 요구에 관행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잘못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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