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원인 조사한 검경 합동 전문가 증언
“침몰 당시 30도까지 기운 요인은 화물 밖에 없어”
“침몰 당시 30도까지 기운 요인은 화물 밖에 없어”
세월호가 배의 방향을 결정하는 타를 30도 이상 돌려 배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쏟아졌던 화물이 배에 충격을 가해 침몰했다는 전문가 증언이 나왔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조사한 검경 합동수사본부 전문가 자문단 단장 허용범(63)씨는 16일 광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임정엽) 심리로 열린 세월호 선원들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침몰 당시 사진에 찍힌 커튼의 모양, 배의 외관 등으로 미뤄 초기 배의 기울기는 30도 가량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과적을 해 복원성이 나빠진 세월호가 오른쪽으로 타를 35도까지 최대로 돌렸을 때 횡경사(선체가 회전할 때 선체의 반대 쪽으로 기우는 현상)는 20도 정도여야 하는데 30도까지 기울게 한 요인은 기름, 물(평형수), 사람(승객)이 아니고 화물밖에 없다. 내부 충격이 없었다면 10도가 더 기울 수 없다”고 밝혔다. 화물과적과 부실한 화물 결박이 주요 사고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 오른쪽으로 크게 변침 허 단장은 화물의 선체 내부 충돌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세월호의 AIS(선박자동식별장치) 신호 정보를 제시했다. 사고 당일 오전 8시49분26초부터 39초까지 23초 동안 세월호의 선회각 속도는 초당 0.29도, 0.83도, 1.00도, 2.00도로 점차 빨라졌다. 시험 운전 당시 비어 있는 상태의 세월호 선회각 속도가 우현 35도 전타(최대치 조타)했을 때 초당 0.35도, 1.49도, 1.81도로 점차 빨라졌던 기록과 거의 동일하다.
그러나 세월호의 초당 선회각 속도는 오전 8시49분40초에 초당 15.00도, 41초에 초당 14.00도로 급격히 빨라졌다. 허 단장은 “세월호의 조타기로는 1초에 15~20도를 갑자기 돌릴 수 없다”며 “당시 실제로 배의 선수가 급격히 돌아간 것이 아니라 배의 무게 중심이 갑자기 왼쪽으로 움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세월호가 초당 15도의 속도로 급선회한 것으로 기록된 것은 조타실 내 뱃머리가 향하는 방향(각도)을 알려주는 자이로 컴퍼스의 일시적인 오류 때문으로 분석했다. 자이로 컴퍼스가 순간적인 충격을 받으면서 생긴 일시적인 현상으로 실제 배가 그만한 각도로 방향을 바꾼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허 단장은 “사고 당일 오전 8시49분26초부터 23초 동안 세월호는 우현으로 35도에 맞먹는 대각도 조타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허 단장은 사고 직후 조사단원 자격으로 만난 박아무개(25·여) 3등항해사한테 “조타수 조씨가 ‘15도에서 35도까지 조타했다’고 하더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또 허 단장은 이준석(68) 선장도 면담 과정에서 “(조타수가)그렇게 안했으면 배가 이렇게 안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허 단장은 사고 직전 세월호의 조타 방향과 관련해 “(조타수가)타를 오른쪽으로 돌렸다”고 말했다. 조타수 조씨는 지난 12일 공판에서 “사고 직전 타를 왼쪽으로 돌렸다”고 밝힌 바 있다. 허 단장은 침실로 들어간 이 선장을 대신해 운항 책임을 맡고 있던 박 3등 항해사가 조타수 조씨에게 조타기상 각도만 지시한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허 단장은 “사고 해역은 협수로로 위험한 지역이다. 항해사 박씨는 추가로 변침해야 할 각도(타각)를 이야기했어야 맞다”라고 말했다. 각도만 지시하면 조타수가 재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 협수로에선 선장이 조타실 지켜야 이 선장이 사고 직전 조타실을 비운 것은 안전한 운항을 위해 지켜야 할 선원의 고유의무를 어긴 것이라는 언급도 나왔다. 허 단장은 “사고 가 난 전남 진도의 병풍도 인근 해역은 조류가 세기로 이름난 맹골수도의 출구로, 맹골수도의 연장선으로, 협수로(좁은수로)다”라고 말했다. 국제법 등엔 협수로에선 선장이 반드시 조타실을 지켜야 한다.
세월호는 운항하면 안되는 배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허 단장은 “보통 선박은 30도 변침이 가능한데, 세월호는 5도씩 끊어 변침하라고 했다는 것은 사실상 운항이 불가능했던 선박이었다. 큰 각도로 방향을 바꾸는 변침이 불가능한 선박으로 자유로운 조타가 불가능해 다른 선박 등과의 위험성이 대단히 높다. 수많은 승객을 싣는 대형여객선으로 투입되서는 안되는 선박이었다”고 증언했다.
■ “AIS 기록 일부 유실 시스템 한계” 또 허 단장은 세월호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의 기록 일부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시스템의 한계일 뿐 외부적 요인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허 단장은 해양수산부와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진도VTS)의 세월호 AIS 기록 중 각각 36초와 20초가 없는 점에 대해서는 “AIS 운영시스템 자체의 한계”라고 밝혔다. 그는 “기록이 왜 끊어졌는지 의아했고 관련 의혹도 많아 개인적으로 미국 해안경비대에 이메일을 보내 질의하기도 했다”며 “나중에 확인한 바로는 배의 송신 주기가 바뀌고 인근 수신국이나 기지국에 수백척의 데이터가 들어와 충돌하는 상황에서 이런 일은 통상적으로 생길 수 있다고 하더라”고 증언했다.
지난 7월1일 해수부는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서 “4월16일 03시37분부터 09시30분까지 세월호 항적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저장이 지연돼, 16시께 복구를 했으나 3분36초간 기록이 누락된 걸 확인해 재복원한 결과 36초간은 아직 복원이 안 됐다”고 밝힌바 있다. 진도 VTS의 AIS 데이터를 반영했는데도 해수부 항적 자료엔 29초가 비어 있다. 해수부는 사고 당일부터 5월13일까지 4차례 복원한 항적도를 국정조사특위에 공개한 바 있다. 허 단장의 증언은 해수부가 세월호 AIS가 꺼져 항적이 복원되지 못했다고 제기한 것과 다른 분석이다.
광주/정대하 기자, 박현정 <한겨레21>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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