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 활용 위한 전문가 간담회
매각보다 사업 발굴에 무게
내달 새사업 방향 제시 방침
매각보다 사업 발굴에 무게
내달 새사업 방향 제시 방침
전남도가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사파리 아일랜드를 접고 중국섬·예술섬·생태섬·신혼섬 개발 등 대안 찾기에 나섰다.
도는 23일 도청 정철실에서 신안군 도초도에 사파리 아일랜드를 조성하기 위해 미리 확보한 사업 터의 활용방안을 찾기 위해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도는 이날 행정·의회·기업·학계 등의 대표 12명한테 추진 상황을 설명한 뒤 △사업 계속 여부 △개발사업 대안 △자금 조달 방법 △사업 추진 방식 등을 들었다.
이 사업은 2006년부터 전남 섬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한다는 명분으로 추진됐다. 도는 1324억원을 들여 신안군 도초면 발매리 일대에 사자·호랑이·코끼리·기린 등 동물 97종 2100여 마리를 입식한 사파리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도는 민자유치 방식으로 118만㎡(36만평)에 사파리를 만들기로 하고, 예산 67억원을 투입해 사업터의 74%인 77만㎡(23만평)를 서둘러 사들였다. 하지만 사업타당성조사 때 경제성이 부풀려졌다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뒤 추진 동력이 떨어져 민자유치가 어려워진 형편이었다. 이 때문에 이낙연 전남도지사의 인수위원회도 지난 6월 말 수요예측이 과다하게 잡혔고,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사파리 사업 중단을 기정사실로 받아들면서도 사업터를 매각하기보다는 대안사업을 발굴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특화된 중국섬·예술섬·생태섬·신혼섬 등 여러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곽행구 전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 사례는 전남의 섬 2219곳의 미래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일본의 나오시마는 전통적인 가옥과 목욕탕 등을 살려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활용하는 등 예술섬이 됐다. 중국의 관광객을 끌어들일 차이나 아일랜드, 허니문 파라다이스 등 대안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정인호 코람코자산신탁 과장은 “문화·예술·생태 등 콘텐츠의 융복합을 시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민자를 유치하려면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이 나거나, 최소운영수익을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효남 전남도의회 농수산위원장은 “사파리를 잘못하면 주민한테도 거추장스러운 애물단지가 되고 만다”고 우려했고, 신순호 목포대 교수는 “매입토지는 가능한 한 팔지 않고 미래의 공공사업에 대비해 비축(토지뱅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는 이런 논의를 바탕으로 다음달 안에 새로운 사업 방향을 내놓을 방침이다.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인 신안군은 민자유치가 지지부진한 만큼 방향 전환이 이뤄지면 수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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