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주민 반대한 27년 노후유람선 ‘세월호’ 직후 취항…참사 날뻔

등록 2014-09-30 19:59수정 2014-10-01 10:26

30일 오전 9시11분께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인근 해상에서 유람선 바캉스호(왼쪽)가 암초에 좌초됐다. 사진은 사고 해상에서 홍도로 가던 다른 배의 승객이 찍은 모습이다.  홍도/연합뉴스
30일 오전 9시11분께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인근 해상에서 유람선 바캉스호(왼쪽)가 암초에 좌초됐다. 사진은 사고 해상에서 홍도로 가던 다른 배의 승객이 찍은 모습이다. 홍도/연합뉴스
홍도서 유람선 좌초…탑승자 110명 전원 구조
만들어진 지 27년 된 유람선이 전남 신안군 홍도 부근 바다에서 암초에 부딪혀 좌초하는 사고가 났다. 승객과 선원 110명이 모두 구조됐으나, 하마터면 큰 인명피해를 낼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30일 오전 9시10분께 신안군 흑산면 홍도 동쪽 110m 해상에서 관광객 105명과 승무원 5명 등 110명을 태우고 홍도를 일주하던 유람선 바캉스호가 슬픈여 부근에서 암초에 부딪혔다.

이 충격으로 배 밑바닥 기관실 부분에 길이 1m 이상 구멍이 생기고, 기관실에서 연기가 발생하며 좌초해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암초 부딪혀 1층 선실 침수돼
승객 “꽝 하는 소리에 중심 잃어”
뒤따르던 유람선·민간어선 나서
사고 20여분만에 신속 구조

세월호보다 7년이나 더 낡아
주민들 탄원서까지 냈지만
해경, 선령제한 완화 따라 운항허가

홍도 유람선 바캉스호 좌초
홍도 유람선 바캉스호 좌초
승객 마복자(49)씨는 “2층 선실에 앉아 바위를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꽝’ 하는 소리가 나면서 몸이 앞으로 급격하게 쏠려 중심을 잃었다. 이 순간 선체에서 연기와 불꽃이 솟기도 했다”고 말했다.

바캉스호는 지난 5월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홍도 주민들의 반대에도 해경의 허가를 받아 운항을 하다 약 5개월 만에 사고를 냈다. 이 배는 1987년 일본에서 건조돼 선령이 27년에 이르지만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여객선 선령 제한을 30년으로 연장한 조처에 따라 국내에 도입될 수 있었다. 이 배는 선령 20년인 세월호보다 7년 많다.

홍도 주민들은 안전 문제를 들어 낡은 배를 들여오는 데 반대하는 탄원서를 해경에 내기도 했다. 하지만 해경은 세월호 사고 다음날인 4월17일 선박안전기술공단 사천지부에서 선박검사를 마쳤다며 운항을 허가했다. 면허기간은 지난 5월부터 2023년 4월까지 10년 동안이었다.

이날 사고로 복층 구조인 이 배의 1층 선실이 침수되기 시작하자 승객들은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 배에는 주로 부산과 경기 등지에서 가족이나 단체로 홍도의 가을 풍광을 보러 온 관광객들이 타고 있었다. 승객 동옥연(56)씨는 “세월호 사고가 번득 떠올랐다. 다행히 선원들이 안내방송을 통해 ‘구명조끼를 입으라’ ‘2층으로 올라가라’ ‘침착하게 행동하라’고 다독여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바캉스호 사고 시간대별 상황 (※ 클릭하면 확대 가능)
갑작스러운 사고에도 승무원들이 침착하게 대응하고, 신고를 받은 인근의 유람선·어선들이 신속하게 구조에 나선 덕분에 이날 오전 9시30분 탑승인원 모두가 무사히 구조됐다. 바캉스호를 뒤따르던 다른 유람선 썬플라워호는 선체를 접근시켜 80여명을 구조했고, 홍도항에서 출동한 민간어선 10여척이 20여명을 태워 홍도항으로 이송했다.

해경은 세월호 사고 때 초기대응에 실패했던 경험을 교훈 삼아 이날은 신고 즉시 민간어선에 상황을 전파하고 24㎞ 떨어진 지점의 513함을 이동시키고 목포에서 항공구조 헬기·특공대를 출동시키는 등 신속하게 움직였다.

좌초 당시 충격으로 승객 10여명이 넘어지거나 부딪히는 바람에 상처를 입었다. 해경은 바캉스호 선장 문아무개(58)씨 등 승무원 5명을 상대로 사고 원인을 수사하고 있다. 해경은 사고지점의 기상조건이 나쁘지 않았던 만큼 운항 부주의에 의한 항로 이탈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경은 문 선장이 보름 전인 16일부터 운항해 홍도의 지형에 익숙지 않은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경은 수사를 위해 바캉스호를 홍도항으로 예인했다.

바캉스호와 세월호 사고 비교 (※ 클릭하면 확대 가능)
김재인 서해해경청 홍보계장은 “사고 선박을 검사한 선박안전기술공단이 선체 두께 등을 계측한 결과 안전운항 저해 요인은 없다는 결과를 내놔 운항을 허가했다. 27년 선령과 사고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반면 김정남 홍도청년회장은 “지난 3~4월 배가 들어올 때 탄원서를 냈다”며 “해상 사고에 대한 우려 때문에 면 차원에서 허가를 해주지 말라고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뜻하지 않게 이런 사고가 나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사고 후 카페리 선령을 20년으로 제한하되 선령 연장검사를 매년 받는 것을 조건으로 최대 5년까지만 연장 운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목포/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