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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대전 갈마초 “우린 잘 노는 학교”

등록 2014-10-13 21:24수정 2014-10-14 10:44

지난 10일 낮 대전 갈마초등학교 운동장에서 2학년, 5학년 모둠이 8자놀이를 하고 있다. 대전/송인걸 기자
지난 10일 낮 대전 갈마초등학교 운동장에서 2학년, 5학년 모둠이 8자놀이를 하고 있다. 대전/송인걸 기자
놀이활동 인성교육 학교 지정
잘 놀면 상까지 준다
평일엔 반별로 놀고
금요일엔 전교생이 함께 논다
교육감도 찾아 “가위바위보”
“가위, 바위, 보! 내가 이겼다.”

지난 10일 오전 11시 대전 서구 갈마초등학교에 10여가지 놀이판이 열렸다. 달팽이놀이를 하는 아이들 틈에 낀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이 원형 트랙의 중간에서 2학년 은주와 마주섰다. 주먹을 내어 이긴 설 교육감은 “이겼다”를 외치며 부리나케 뛰어나갔다.

갈마초는 대전에서 잘 노는 학교로 유명하다. 지난해 놀이활동 인성교육 학교로 지정된 뒤, 아이들은 등교시간, 점심시간, 쉬는시간, 종례시간 등 틈만 나면 논다. 잘 놀면 상까지 주니 아이들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논다. 평일에는 반별로 놀지만, 금요일에는 전교생 729명이 어울린다. 1학년은 6학년, 2학년은 5학년 형, 누나 등과 한편이 돼 모두 45개 모둠별로 놀이를 한다. 오전 수업을 하고 하교하는 1학년들은 5교시 수업이 있는 목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다른 날보다 점심시간에 한번 더 놀 수 있기 때문이다.

문종숙(62) 교장은 “처음에는 아이들이 놀이 규칙을 놓고 다투는가 하면 놀이와 상관없이 뛰어다녀 안전사고나 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고 귀띔했다. 지금은 아이들이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지키면서 놀이를 즐긴다. 아이들은 사방치기, 8자놀이, 달팽이놀이 터에서는 굵은 페인트로 금이 그려져 있는 점을 고려해 금을 넘지 않으면 금을 밟아도 놀이를 계속할 수 있도록 규칙을 바꿨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오른쪽 첫째)이 지난 10일 낮 대전 갈마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투호를 하고 있다. 설 교육감은 아이들이 즐거운 학교 정책을 구상하기 위해 이 학교를 찾았다. 대전/송인걸 기자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오른쪽 첫째)이 지난 10일 낮 대전 갈마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투호를 하고 있다. 설 교육감은 아이들이 즐거운 학교 정책을 구상하기 위해 이 학교를 찾았다. 대전/송인걸 기자

달팽이놀이를 마친 설 교육감이 이번에는 사방치기 모둠에 합류했다가 첫판에 아웃됐다. 발이 커서 어쩔 수 없이 금을 밟았으니 봐줘야 한다고 떼를 쓰자 모둠장 인혁이가 명쾌하게 판결을 내렸다. “금은 밟아도 되는데요, 짝발은 안 되거든요.”

교사들은 국내외 전통놀이를 연구해 재미있는 새 놀이를 만드느라 바쁘다. 놀이담당인 이영진 교사는 “아이들은 수업을 마치고 학원에 오가는 사이에 휴대전화 등으로 게임을 한다. 이를 대신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놀이를 고안하고 있다”고 했다.

설 교육감은 전교생이 놀이로 소통·협동하는 갈마초를 틈틈이 찾아 이렇게 놀다 간다.

실제 갈마초가 지난해 놀이활동 성과를 분석한 ‘놀며 배우는 인성교육 운영 결과’를 보면, 학생들은 놀이활동(38%)을 가장 좋아했으며, 학부모들은 학교의 인성교육(84%)을 지지했고, 교사들은 놀이활동(61%)이 좋은 인성교육이라고 답했다.

설 교육감은 교육행정은 학생이 행복한 정책을 펴는 것이며, 교육감은 학생·교사·학부모가 바라는 일을 뒷바라지하는 구실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혁신학교는 내년 1학기에 개교하려 합니다. 대전 혁신학교는 국내 최고의 연구진이 포진한 대덕특구의 연구시설과 인력을 활용할 겁니다. 지역 여건과 교육 현장의 바람을 조화시키는 정책들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시범학교를 3곳 지정한 놀이학교는 내년에는 더 확대할 작정입니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의 실용주의 교육 혁명이 시작됐다.

글·사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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