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의 한을 푸는 씻김굿. 사진 진도군청 제공
군, 씻김굿·다시래기·만가 등 전승
학생·주민 참여할 장례학교 개설도
학생·주민 참여할 장례학교 개설도
전남 진도 지역은 예부터 거친 바다와 좁은 논밭을 터전으로 하는 주민의 삶이 녹록지 않았고, 삼별초·임진왜란 등 전쟁 역사의 한복판에 있었다. 이 때문에 죽음과 이별에 대한 태도가 각별했고, 이런 집단의식을 반영한 장례민속이 여럿 생겨났다. 진도에선 초상이 나면 첫째 날엔 망자의 한을 푸는 씻김굿(사진), 둘째 날엔 유족들을 위로하는 다시래기가 펼쳐진다. 이어 세째 날엔 죽은 이의 극락왕생과 남은 이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상여소리인 만가를 부른다.
진도군은 22일 “무형문화재인 씻김굿·다시래기·만가 등 장례민속을 복원해 지역에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만들고, 이를 전승할 주말 문화학교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군은 최근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의 창조지역사업 공모에 ‘전통민속 상·장례 문화로 새로운 공동체 만들기’ 계획을 제출해 예산 4억원을 확보했다.
군은 우선 242개 마을의 상두계(장례를 치르기 위한 마을계)를 재정비하고, 지산면 등 7개 읍·면마다 마을 2곳에 상여를 만들어 보관할 계획이다. 한 달에 한 번은 실제로 초상이 났을 때 유족의 동의를 받아 씻김굿·다시래기·만가 등을 연행하기로 했다.
또 진도문화원 등지에서 학생·주민이 참여하는 상·장례 주말 문화학교를 열기로 했다. 이 학교에선 진도에 독특한 장례문화가 형성된 배경을 알려주고 유서 쓰기, 관 속에 눕기, 상여 메기 등 장례의 과정을 체험하게 한다. 수강생은 프로그램에 참여해 생명의 존엄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고, 생활 공동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박수홍 군 학예연구사는 “진도의 장례는 여느 지역과 달리 무겁지 않고 흥겹기까지 하다. 이미 국가·지방 문화재로 지정된 씻김굿·다시래기·만가 등 장례풍습을 생활 속에 복원해 주민의 정서적 일체감을 높이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할 발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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