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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일본산 제치고 국내딸기 석권…‘설향’ 보완 새품종 개발 온힘

등록 2014-10-22 21:13

사진 국립종자원 제공
사진 국립종자원 제공
[사람과 풍경] 논산딸기시험장

설향, 재배의향면적의 78% 차지
지난달 국내 첫 ‘딸기특허’ 성과
“딸기농가 자존심 회복 큰몫 했다”
“항상 불안해요. 설향이 무너지면 국내 딸기 품종이 다시 10%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어요.”

최근 경사가 있었지만 김태일(55) 충남농업기술원 논산딸기시험장장은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지난달 29일 국립종자원에서 국산 딸기 품종 10가지에 품종 보호 결정을 했다. 일종의 특허권을 국가가 보장한 것인데, 작물 가운데 딸기가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품종 보호 작물로 등록되면 외국에 사용료를 받고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 가운데 설향(사진)·매향·금향·만향이 논산딸기시험장에서 육종한 것들이다. 국내에서 딸기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곳은 논산딸기시험장이 유일하다.

설향은 국산 딸기의 맏이이자 절대강자다. 농업관측센터 자료를 보면, 2015년산 국내 딸기 농가의 품종별 재배(의향) 면적에서 설향이 78.4%로 압도적인 1위다.(그래픽) 2005년 설향이 나오기 전까지 국내 딸기 시장을 90% 가까이 차지했던 일본 품종들은 변두리로 밀려난 지 오래다. 아키히메는 설향이 나오기 전인 가을, 레드펄은 설향 출하가 마무리되는 초봄에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재배 면적에서도 아키히메는 지난해 14%에서 올해 8.6%로 반토막 났고 레드펄 또한 6.6%에서 4.5%로 내려앉았다. 빈자리에는 국산 새 품종인 죽향과 싼타가 등장했다. 이번에 등록된 국산 품종 가운데 신설매는 설향과 금향, 싼타·한운은 설향과 매향을 교배시켜 만든 품종이기도 하다.

설향이 국내 딸기 시장을 평정한 것은 그만큼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당도가 높은데다 열매가 많이 달리고 병충해에도 강하다. 비료 적응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누구든지 묘목을 땅에 꽂기만 하면 잘 자란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다른 품종들이 농사짓기가 까다로운 반면에 설향은 누구나 재배하기 쉬워서 농가에 급속히 퍼졌다. 김태일 논산딸기시험장장이 1995년부터 10년 동안 연구한 끝에 탄생한 설향은 국내 딸기 시장을 이끈 원동력이기도 하다. 2002년 6000억원에 못 미쳤던 국내 딸기 생산액은 지난해 갑절로 늘어난 1조2000억원에 이른다.(<한겨레> 2013년 12월2일치 12면)

요즘 논산딸기시험장의 과제는 설향을 넘어서는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다. 과육이 좀 무른 탓에 저장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수출용 품종인 매향도 보급된 지 10년을 훌쩍 넘겼기 때문에 병충해에 강하고 열매가 고른 모양으로 달리는 새 품종이 절실하다. 딸기는 맛이 좋고 열매가 많이 달리며 저장성이 좋은데다 병충해에도 강한 품종을 얻는 게 매우 어려운 작물이다.

김 논산딸기시험장장은 “지금까지는 설향이 일본의 속박에서 벗어나 국내 딸기 농가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주는 데 큰 몫을 했다. 앞으로는 지역별로 다양한 특화 품종을 재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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