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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지상에서 가장 슬픈 생일

등록 2014-10-29 19:55수정 2014-10-29 22:28

팽목항에 황지현양 18번째 생일상
수습된 주검의 사진 본 황씨 부부
“내 딸이 입었던 옷과 같다” 오열
29일 오전 10시30분 전남 진도의 팽목항 방파제. 노란 리본이 나부끼는 등대 부근에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황지현양의 18번째 생일상이 차려졌다. 무남독녀인 지현이가 그렇게도 좋아했던 삶은 달걀이랑 생크림케이크 등 먹을거리를 듬뿍 준비했다. 애타게 딸을 그리던 부모는 생일상 앞에 붙은, ‘함께 모여 앉아 따뜻한 밥 먹자’라고 쓰인 노란 현수막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기다리고 있거라. 아빠가 곧 따라갈게….”

세월호 참사 이후 197일 동안 딸을 기다렸던 아버지 황인열(51)씨는 어두운 바닷속에서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딸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심명섭(49)씨는 전날 딸의 생일을 쇠러 안산에서 내려온 딸의 학급 친구 어머니들과 함께 정성껏 미역국을 준비했다.

황씨 부부는 전날 추가로 주검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다. 생존 학생들의 증언으로 지현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4층 여자화장실에서 주검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날이 밝아오자 서둘러 수색구조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팽목항을 찾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위해 밥과 미역국, 떡과 피자 등으로 생일상을 차렸다. 부부는 생일상에 올린 음식들을 “좋아하는 것들 먹고 힘내서 꼭 돌아오라”며 바다를 향해 뿌리기도 했다. 지현이는 결혼 7년 만에 낳은 귀한 딸이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오후 2시 진도군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지현양의 생일을 함께 축하해줬다. 케이크 위에 촛불 18개를 밝히고 생일 축하노래를 부르며 함께 울었다. 실종자 가족 대표를 맡고 있는 황씨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딸의 생일을 함께 축하해줘서 큰 힘이 된다”고 고마워했다.

부부는 이날 밤 수습한 주검을 찍은 사진을 보고 딸이 입었던 옷이라며 오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태껏 고락을 같이해온 다른 실종자 가족들을 생각해 주검 발견을 마냥 반길 수만도 없는 난감한 처지다. 주검의 신원을 확인하는 마지막 관문인 유전자 검사도 남아 있다.

실종자가족대책위원회는 수색을 13차례 벌였던 공간에서 실종자 주검이 발견된 데 대해 “11월 수색 방안을 전면 재검토하고, 선내 전 구역에 대한 재수색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이번뿐 아니라 23차례 수색한 3층 주방과 11차례 들어간 4층 F8 격실에서도 실종자가 수습된 적이 있다”며 철저한 수색을 주문했다. 대책위는 △전자코 탐색에서 이상 패턴이 검출된 주변 구역까지 재수색 △4층 선미 다인실의 협착 부분을 영상으로 촬영한 뒤 추가 수색 △수색 난항 구역에 원격제어 특수촬영장비 투입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진도/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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