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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39년간 유신 고문 트라우마에 갇혀 살았다”

등록 2014-11-03 20:43

‘유신철폐 시위 모의’ 광주일고 17명
불법연행돼 구타·고문·학교제적 피해
내달 5일 국가상대 손배소 항소심
“은폐된 진실, 법적 진실로 세워달라”
황광우 고전연구원장
황광우 고전연구원장
“고교 시절의 트라우마를 치유받지 못해 가위 눌린 세월을 살아왔다.”

시인 황지우의 동생이자 <철학콘서트>의 저자인 황광우(56·고전연구원장)씨 등 17명은 3일 “39년 동안 은폐됐던 실체적 진실을 법적 진실로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광주일고 2~3학년생이었던 이들은 1975년 5월1일 개교기념일에 맞춰 유신 철폐 시위를 계획했다가 하루 전날 발각돼 고문과 구타, 제적 등의 피해를 입었다.

광주일고 학생들의 유신 반대 시위는 독재정권의 탄압으로 대학가에 정적이 흐르던 시기 한줄기 빛이었다. 그해 4월11일 서울대생 김상진(1949년생)이 유신 철폐를 주장하며 할복자결한 뒤, 시위 조짐이 있는 대학은 휴교조처를 했던 상황이었다. 1972년 만들어진 유신헌법에 따라 공포된 긴급조치 1호, 4호, 7호, 9호는 정부와 유신헌법을 반대·비방하면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고, 제적·휴교 등의 조처를 취할 수 있는 위헌적 조처였다. 광주일고에선 김상진 열사를 위한 학생 추모시위를 주동하던 3학년 박석면이 제적(4월15일)됐다.

이에 대항해 최수일(57·당시 고3), 오순기(57·고3), 황광우(고2) 등은 5·1 유신 철폐 대규모 시위를 계획했다. 하지만 하루 전인 4월30일 시위 계획이 발각돼 2~3학년 40여명이 경찰에 불법 연행돼 구타·고문을 당했고, 최수일·오순기·황광우 등 주동자 3명은 구속됐다. 당시 열일곱, 열여덟살의 학생 17명(박석면 포함)이 긴급조치로 집단 제적된 것은 “한 사람이 누려야 할 고교 시절의 삶을 강탈해 간 일종의 시한부 사형”이었다. 최수일 등 3명은 광주교도소 0.9평 규모의 징벌방에 수감됐다. 이들은 1994년에야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황씨 등 제적생 등 13명은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트라우마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가 1심에서 기각되자 항소해 다음달 5일 심리를 앞두고 있다. 1심 재판부는 경찰의 불법행위는 인정했지만, 2000년 1월 제정된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위원회가 설립된 지 3년 안에 피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어야 한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소송 대리인 김정희 변호사는 “황씨 등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된 뒤 보상입법이 추진됐다가 2011년 무산됐고, 2013년 5월16일 긴급조치 4호 위헌판결이 확정됐던 시점으로부터 보면 시효(3년)가 소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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