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무개 공주시 과장이 갑사 주지인 화봉 스님에게 보낸 문자
공주시 간부 공무원이 사찰 주지 스님에게 시장의 의전이 소홀했다며 막말을 하고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내 물의를 빚고 있다. 해당 사찰은 민형사상 책임 추궁은 물론 사찰 폐쇄와 시정 불복종 운동까지 나서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6일 충남 공주시와 대한불교조계종 갑사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3일 오후 2시께 오아무개 공주시 문화재과장은 갑사 주지를 맡고 있는 화봉 스님에게 항의 전화를 걸었다. 이틀 전 갑사에서 열린 기허당 영규대사(?~1592)의 순국 422돌 추모재에서 오시덕 공주시장에 대한 의전이 함께 자리한 충남도 간부나 도의원에 견줘 소홀했다는 게 이유였다. 계룡산 자락에 있는 갑사는 백제 구이신왕 원년(420년)에 창건된 고찰이며, 이곳에서 출가한 영규대사는 임진왜란 당시 승병을 모아 왜군과 싸우다 전사했다.
김철호 갑사 사무장은 “추도사를 오 시장에 앞서 충남도 간부가 도지사를 대신해 먼저 했는데 그렇게 하면 되느냐며 (추모재에 참석하지도 않았던) 오 과장이 주지 스님에게 전화를 걸어 막말과 욕설을 했다”고 밝혔다. 특히 오 과장이 ‘이런 일로 바깥에서는 살인도 일어난다’ ‘(주지의 실제 나이가) 63년생밖에 안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사찰 대표를 모욕하고 협박까지 했다는 것이다. 오 과장은 전화 통화가 끝난 뒤 화봉 스님에게 ‘오늘 일을 기억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갑사는 지난 4일 공주시에 항의 서한을 전하고, 오 과장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다. 적절한 인사 조처가 이뤄지지 않으면 불교 탄압과 업무방해, 협박 등의 혐의로 민형사상 소송을 하고 산문 폐쇄와 공주 시정 불복종 운동도 벌이겠다고 밝혔다. 갑사 쪽은 항의 서한에서 “저잣거리 시정잡배도 하기 힘든 막말과 살인을 운운하는 비도덕적이며 폭력적인 협박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작태이다. 파사현정의 자세로 강력히 투쟁해 나가겠다”고 했다.
공주시는 항의 서한을 접수한 뒤 사실 확인에 나섰다. 명규식 공주시 부시장은 “오 과장에게 주지 스님과 언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일단 확인했다. 절차에 따라 조사를 한 뒤 조처하겠다”고 말했다. 오 과장은 “주지 스님에게 막말이나 협박을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전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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