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 펜션 화재 10명 사상
‘훈련뒤 뒤풀이’ 대학 동아리 날벼락
결혼 앞둔 선배, 후배 구하려다 숨져
내벽은 샌드위치 패널 천장엔 억새
가연성 소재 건물 화약고 다름없어
‘훈련뒤 뒤풀이’ 대학 동아리 날벼락
결혼 앞둔 선배, 후배 구하려다 숨져
내벽은 샌드위치 패널 천장엔 억새
가연성 소재 건물 화약고 다름없어
전남 담양의 펜션에 딸린 무허가 건물에서 불이 나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15일 밤 9시45분께 담양군 대덕면 매산리 ㅎ펜션 안에서 불이 나 50여분 만에 꺼졌다. 이 불로 펜션 손님 나주 동신대 패러글라이딩 동아리 소속의 재학생 고아무개(18·여)씨, 정아무개(30)씨와 송아무개(35)씨를 비롯한 졸업생 3명 등 모두 4명이 숨졌다. 현장에서 수습된 주검은 훼손이 심한 탓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신원을 확인할 방침이다.
또 재학생 최아무개(19)씨와 졸업생 김아무개(30)씨, 펜션 주인 최아무개(55)씨 등 6명은 화상을 입었다. 이 가운데 졸업생 김씨 등 3명은 부상이 심해 입원 치료를 받고 있고, 재학생 유아무개(19)씨 등 3명은 퇴원했다. 당시 동아리 수련회에는 재학생 13명과 졸업생 13명 등 모두 26명이 참석했다. 숨진 졸업생 정씨는 다음해 1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동아리 출신 졸업생 2명과 함께 후배 고씨를 온몸으로 감싸안은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이들이 펜션 부속건물인 무허가 바비큐장 안에서 삼겹살을 굽다 숯불의 불씨가 천장으로 옮겨붙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이날 인근 월봉산 패러글라이딩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바비큐장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한 생존자는 “화로의 숯불에 기름이 튀어 불이 붙자 누군가 이를 끄려고 물을 부었다가 달궈진 숯불에서 불티와 연기가 치솟아올랐다”고 말했다. 불씨가 천장에 드리워진 억새로 만든 발에 옮겨붙으면서 면적 33㎡, 높이 2.5m 규모의 내부로 불이 순식간에 번졌고, 유독가스가 발생하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 바비큐장 안에는 나무 등 불에 잘 타는 물질들이 가득한데도 소화기 등 소방장비가 전혀 없었고, 출입문이 하나뿐이어서 사고 당시 탈출이 어려웠다.
담양/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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