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엑스터시’ 현상 같은 게 왔어요. 시를 쓰는 사람은 그런 기질이 있어요.”
최근 영어로 번역됐던 5월항쟁 관련 시를 묶어 시집을 낸 김준태(66·사진·조선대 문예창작과 초빙교수) 시인은 16일 그 계기를 묻자,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세월호 시 낭송회에 참석하기 위해 탔던 케이티엑스 안에서 퍼뜩 생각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문단 데뷔 45돌 기념으로 낸 영역 시집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Gwangju, Cross of Our Nation·한스미디어)에는 30여편의 작품이 실렸다. “요즘 광주를 많이들 폄하하잖아요. 세월호도 (광주처럼) 일종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고요…. 빨리 이 시집을 내고 싶더라구요.”
전남고 교사이던 그는 5월항쟁 직후인 1980년 6월2일치 <전남매일> 1면에 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실어 강제 해직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이 시는 오월의 진실을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는 “당시 ‘비밀 루트’를 타고 외국으로 소개됐어요. 외국 통신사를 통해서였던 것 같아요. <전남매일>에는 일부만 실렸는데, 누군가 전문을 국외로 빼돌린 것이지요.” 이번 영역 시집에서 ‘아아 광주여…’는 전문이 실렸고, 영어·중국어·일어로도 번역돼 함께 게재됐다.
그의 시 영어 번역자는 모두 4명이다. 80년 6월의 첫 번역자는 한국학에 관심이 있던 데이비드 매캔 미국 하버드대 교수(영문학)였다. 김 시인은 “그때 내 시가 실린 달력이 시카고에서 제작되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훗날 들었다”고 덧붙였다. 나머지 작품은 고 송재평 시카고 메리그로브대 영문과 교수와 유네스코 기관지 <쿠리에>에서 일한 천경자씨, 5·18기념재단에서 일했던 캐빈 임이 번역했다. 대부분은 그의 오월시를 번역한 것이지만, ‘참깨를 털면서’(1977) 등 흙과 생명을 노래한 작품 몇편도 포함돼 있다.
5·18기념재단과 한국작가회의 광주·전남지회는 27일 오후 4시 광주시 쌍촌동 5·18기념재단 대동홀에서 김 시인의 시집 출판 기념회를 연다. 영역 시집과 더불어 <밭시(詩)>(문학들), <달팽이 뿔>(푸른사상) 등 두 권의 신작 시집 출간도 함께 축하한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한스미디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