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21일 대구에서 열린 전국책축제에서 한 관람객이 ‘진도비전’ 부스를 방문해 <진도의 역사-시간의 지도>의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전남도교육청 제공
전남 진도군의 고교생들이 또래가 겪은 세월호 참사의 비극을 소설로 재구성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진도고 동아리인 ‘명량한 진도’는 최근 ‘진도비전(珍島秘傳)’ 중 첫 번째로 <진도의 역사-시간의 지도>에 담길 내용을 공개했다. 진도비전은 진도의 역사·생태·문화·미래를 전하는 총서로 기획됐다. 올해 역사편을 낸 것을 시작으로 4년 동안 해마다 한 권씩 4권을 발간한다.
<진도의 역사>는 학생 저자들이 삼별초와 명량해전 등 부침을 겪어온 진도의 역사를 연대에 따라 소설 형태로 재구성한 것이다. 학생들이 줄거리를 쓰고, 내용에 어울리는 삽화도 그렸다. 이어 사진과 자료를 구해 곁들이는 등 모든 과정을 직접 챙겼다.
특히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팽목항 부두, 진도 체육관, 군민 분향소 등지에서 느낀 아픔과 안타까움을 3편의 연작 소설에 녹여냈다.
이 가운데 ‘아버지의 일기’(1학년 허보람)는 진도에서 어민으로 살아가는 아버지의 눈을 통해 세월호 참사의 충격과 슬픔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아침바다’(1학년 하 봄)는 침몰하는 배 안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아이들 두 명이 마지막 시간에 느꼈던 긴장과 공포, 미안함을 밀도있게 그려냈다. ‘카톡’(조항찬)은 안산에서 학교를 다니다 진도로 전학 온 남학생의 집단 문자 대화를 통해 참사의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고 있다. 이 소설들은 저마다 다른 화자가 등장하지만 희생된 아이들을 향한 애타는 그리움을 표현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이 책은 지난 19~21일 대구에서 열린 전국책축제에서 우수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진도고는 내년 3월 이 책을 단행본으로 출간하고, 6월까지 전자책(e-북)으로도 내놓을 예정이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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