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가 해방 70년 3·1절에 대전의 한가운데에서 인권과 평화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대전평화의소녀상 건립 시민추진위원회(평화의소녀상 건립추진위)와 대전시는 1일 오후 2시 대전시청 앞 보라매공원에서 대전평화의소녀 제막식을 열었다. 제막식에는 권선택 대전시장, 김용우 평화의소녀상 건립추진위원장, 196개 시민사회단체, 시민 500여명이 참석했다.
대전 평화의 소녀상은 가로 160㎝, 세로 180㎝, 높이 136㎝ 크기로, 뜯겨진 머리카락은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강제로 고향·부모와 단절된 모습을 표현했으며, 꼭 쥔 두 손은 사과는커녕 한국 정부를 압박하며 소녀상 건립에 반대하는 일본 정부의 작태에 대한 분노를 담았다. 소녀상 어깨의 작은 새는 자유와 평화를, 바닥의 할머니 그림자는 시간이 흘러 소녀가 할머니가 된 모습을, 가슴에 품은 나비 그림자는 원망과 서러움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피해 할머니들이 환생해 원하던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를 각각 담았다. 소녀상 옆 빈 의자는 먼저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의 자리다. 소녀상 조각은 김운성·김서경 작가가 했다.
일반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길원옥 할머니는 소녀상에 꽃목걸이를 걸어주고 얼굴을 쓰다듬었다. 김복동(90) 할머니는 “우리는 아직 해방되지 않았다. 박정희 정부 당시 잘못된 한·일조약으로 풀지 못하는 우리의 한을 따님이 대통령이 됐으니 해결하길 바란다. 또 남북이 통일돼 전쟁 없고 평화로운 나라가 되어 우리같은 사람없이 자손들이 평화롭게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용우 위원장은 “대전 평화의 소녀상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민·관 공동협력사업으로 추진됐으며, 시가 지원하고 시민 2377명이 모금운동에 동참해 인권 존중과 평화를 실천하는 바람을 담아 제막했다”며 “평화의 소녀상 주변이 가슴 아픈 민족사의 고통을 배우고 대전과 민족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시민민주주의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대전시와 대전 서구청은 해마다 이곳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을 기념하는 평화 행사를 열기로 했다. 대전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서울, 경기 고양·수원·화성·성남, 경남 거제에 이어 7번째이며, 울산, 세종, 광주, 경기 부천, 경남 창원 등지에서도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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