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 낭월동의 ‘산내 골령골’에서 한국전쟁 초기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집단으로 수습됐다. 이 지역에서는 2007년 시굴 당시에도 유골 30여구가 발굴됐다.
‘한국전쟁기 대전 산내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책위)는 1일 대전 곤룡로 87번지(낭월동 산 13-1번지) 현장에서 발굴설명회를 열어 “최소 18구의 유골이 발굴됐으며, 대부분 남자이고 총기류에 의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매장지의 습도와 산성도가 높아 유골 상태는 매우 나쁘다”고 밝혔다.
또 공동대책위는 유골을 발굴 과정에서 발견된 탄띠, 탄두, 고무신, 유리약병, 영화필름조각, 인공안구(의안)도 공개했다. 이번 발굴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날까지 이 일대 개간지 등 600여㎡에서 진행됐다.
발굴단장인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고고미술사학과)는 “의안이 있던 유골은 유족 디엔에이(DNA) 대조 등을 통해 신원을 확인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골령골 골짜기 절단면을 따라 계속 유골이 발견되고 있어 추가 발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산내사건희생자 유족회는 대전시에 발굴된 유해를 안치할 시설 및 추가발굴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전시민사회단체들과 유족회는 해마다 희생자 위령제를 지내고 진상규명 등을 촉구해 왔다.
한편, 산내 골령골에서는 1950년 6월 말과 7월 초(대전형무소 수감자), 7월 말(보도연맹), 1950년 12월~1951년 1월(부역 혐의자) 등 4차례에 걸쳐 민간인 수천명이 군경에 희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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