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 ‘맑은손 지압힐링센터’
법따라 개인명의로 설립했는데
행자부서 설립과정 문제삼아
“불합리한 법체계 정비해야” 지적
법따라 개인명의로 설립했는데
행자부서 설립과정 문제삼아
“불합리한 법체계 정비해야” 지적
서울 동작구 ‘맑은손 지압힐링센터’는 대개의 안마원이나 안마시술소와 달리 대로변에 있다. 지난 13일 밤 찾은 이곳에서는 엄마와 딸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부부와 연인, 가족 단위 손님이 많다고 한다.
맑은손 지압힐링센터는 국내 첫 시각장애인 안마사 협동조합을 모태로 했다. 2013년 5월 안마사 예닐곱명이 ‘서울맹학교 졸업 동문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시와 행정자치부가 선정하는 마을기업에 응모했다. 그해 5월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지역 공동체를 위한 사업을 하겠다”는 약속을 담보로 한 ‘조건부 지원’을 받게 됐다. 공간 임대보증금과 사업비가 지원됐다.
서울대 창업지원 봉사 동아리인 ‘인액터스’ 학생들의 도움도 컸다. 학생들은 인허가를 받으러 관청을 오가는 등 시각장애인들이 하기 벅찬 일을 함께 했다. 건물주를 설득해 현재 위치에 사업장 임대계약을 성사시켰고, 센터 누리집도 만들었다. 학생들 도움으로 대기업 창업지원 공모전에서 뽑히기도 했다.
그해 12월 센터를 연 뒤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조금씩 늘었다. 안마사도 늘리고 임금도 월급제로 바뀌었다. 동작구 마을기업으로서 경로당을 찾아 봉사활동도 꾸준히 했다. 협동조합과 마을기업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의 건강한 생업을 가꿔가려는 꿈은 뿌리를 내리는 듯했다.
올해 들어 날벼락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마을기업 추가사업비 지원을 신청했는데, 행자부 심사 과정에서 ‘마을기업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고, 서울시는 융자해 준 공간 임대료를 회수하겠다고 나섰다. 센터 사업자등록을 할 때 협동조합이 아닌 개인 이름으로 신고필증을 받은 게 문제가 됐다. 현행 의료법은 영리법인이 시각장애인을 고용해 영리를 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각장애인 ‘개인’만 안마소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한다. 행자부는 “법을 어기면서 마을기업으로 지원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정경연 센터 대표는 “지원이 끊기고 공간 임대료를 돌려주면 어떻게 운영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은 “시각장애인 안마사로 구성된 협동조합을 안마사와 동일하게 본다는 식으로 의료법 조항을 일부 고치면 풀릴 일이다. 정부가 창조경제를 꽃피우겠다며 사회적 협동조합 지원을 공언했지만, 불합리한 법체계는 정비하지 않고 있다. 행자부가 법 개정 의견조차 검토하지 않고 무조건 법을 따르라고 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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