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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이송 요청했던 가거도 어린이의 담임교사, 헬기추락 희생자에 감사와 위로 편지 보내

등록 2015-03-18 19:25

지난 13일 아픈 제자를 옮기려고 왔던 해경 헬기가 추락하자 이 제자와 함께 해군함정에 타고 240㎞ 떨어진 목포의 병원까지 갔던 교사가 헬기사고 희생자를 위로하는 편지를 보냈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초등학교 1~2학년 담임 박준현(40) 교사는 18일 청와대와 국민안전처 누리집에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지거나 실종한 해경대원 4명의 유가족을 위로하는 손편지를 올렸다.

박 교사는 헬기 추락 사고 당시 학교에서 야근중이었다. 헬기 소리를 듣고 오후부터 많이 아팠던 제자(7)가 보건지소를 통해 요청한 헬기를 타고 ‘잘 갔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청천벽력같은 추락 소식을 들어야 했다. 그는 한달음에 방파제로 달려갔다.

충격이 진정되지도 않았던 밤 11시15분. 그는 가거도항에 도착한 해군 함문식함에 아픈 제자와 함께 서둘러 탔다. 아무런 준비 없이 나선 뱃길이었다. 그는 다음날 새벽 2시30분까지 3시간여 동안 칠흑같은 밤바다를 240㎞나 거쳐 가까스로 목포에 도착했다. 제자의 아버지는 다른 섬에 있어 동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사고 6일째인 이날 오전 실종자 수색 장면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교실에서 눈물로 편지를 썼다.

그는 편지를 통해 “복통을 호소하는 어린 제자와 함께 군함으로 이동하면서 거친 파도와 싸우며 현장을 수습하는 많은 해경과 해군을 보았다. 이들 덕분에 아이는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돼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 수가 있었다”고 감사했다.

이어 “마을 높은 곳에 있는 교실에서 바라보며 지금도 실종자 수색에 투입된 해경, 119, 해군 등 수많은 분의 노고가 짙은 해무 사이로 시야에 들어온다”며 안타까워했다.

국토 최서남단 외딴 섬에 있는 가거도초등학교 어린이들과 해경에 얽힌 사연들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그는 “응급헬기로 탔던 부모님의 가슴 아픈 소식을 접한 아이, 어머니가 경비정에서 출산해 배가 고향인 아이 등 멀고도 아득한 섬마을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아픔과 사연이 곳곳에 묻어 있다”며 “이곳 초등학교에는 해경이 꿈인 아이도 자라고 있다”고 알렸다.

전교생 10명 가운데 4학년 남해우리(10)군은 지난 2005년 11월 이송 중인 목포해경 207함(해우리)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해경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뜻으로 경비정 이름에서 아들의 이름을 따왔다.

그는 나아가 “목포항에서 쾌속선으로 4시간30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가거도. 가거도를 지키고자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와 주신 분들, 저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고개가 숙여진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숭고한 희생을 곁에서 겪고 보니 지금도 제자 사랑에 더 많은 열정을 쏟아 붓지 못하는 저의 모습이 너무나 부끄럽게 여겨진다. 어린 아이 한 명을 살리기 위한 숭고한 열정을 본받겠다”고 다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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