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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돌에 남북 단일팀을”…광주 ‘평화U’ 꿈꾼다

등록 2015-03-24 20:29수정 2015-03-24 21:14

해방·분단 70돌을 맞는 올해 열리는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는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세계에 전하는 ‘피스버시아드’가 되길 희망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광주유대회 주경기장인 광주월드컵 경기장 야경. 광주유대회 조직위 제공
해방·분단 70돌을 맞는 올해 열리는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는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세계에 전하는 ‘피스버시아드’가 되길 희망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광주유대회 주경기장인 광주월드컵 경기장 야경. 광주유대회 조직위 제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 때 남북 선수들이 한반도가 그려진 단일기를 들고 공동입장하는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 때 남북 선수들이 한반도가 그려진 단일기를 들고 공동입장하는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며 임진각에서 출발해 유(U)자로 돌 겁니다.”

김영삼(45) 사단법인 광주광역시남북교류협의회 사무국장은 24일 ‘제1회 한반도유(U)자전거 국토대장정’의 일정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단체는 ‘광주하계U대회를 한반도 평화의 대회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마련한 이번 행사에 참가할 대학생 100명을 모집한다. 참가자들은 오는 6월1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에서 14박15일 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광주에서 열리는 광주여름유니버시아드대회가 남북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기를 기원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은 하루 평균 100㎞씩 자전거를 타고 평택→전주→광주→제주→부산→대구→삼척을 거쳐 6월15일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도착한다.

25일로 개최 100일을 앞둔 광주여름유니버시아드대회(이하 광주유대회)가 남북화해의 물꼬를 트는 ‘평화유니버시아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광주시 ‘단일팀 구성’ 정부에 건의
스포츠 이상의 평화 대회 공들여
“단일팀 부적절” 통일부 의견에 허탈
탁구 등 단일 종목이라도 추진 계획

메가이벤트 치곤 ‘저비용 고효율’
경기장 70곳 중 67곳 개·보수 사용
1300억 경감…친환경대회로 거듭나

광주유대회 조직위원회는 25일 오전 10시30분 광주광역시청 앞 문화광장에서 전국 순회 홍보단 출정식을 연다. 7월3~14일 광주 일원에서 열리는 광주유대회는 전 세계 170여개 나라, 2만여명의 대학생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다. 해방·분단 70돌을 맞는 해에 현대사의 고비마다 주요한 역할을 했던 광주에서 열린다는 점 때문에 이번 대회는 “스포츠를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는 3년 전부터 광주유대회를 ‘피스버시아드’(평화를 뜻하는 PEACE와 유니버시아드의 합성어)가 될 수 있도록 공을 들여왔다.

광주시는 무엇보다 대회지원법 제33조(2011년 9월 개정)를 추진 근거로 남북 단일팀 구성을 희망해왔다. 남북 단일팀을 이뤄 개·폐회식에 공동 입장하고 공동 응원을 펼칠 경우 평화와 화해라는 큰 울림이 세계인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광주유대회에 북한은 8개 종목 선수 75명과 임원 33명 등 108명을 보내기로 했다. 최근 10년간 개최된 여름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북한이 보냈던 평균 45명 규모의 선수단에 견주면 2배 정도 규모다. 이승환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공동대표는 “북쪽에서 대규모 선수단을 보내는 것은 광주유니버시아드에 대해 북이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번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가 남북 청년들의 축전으로 펼쳐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영재 광주시 남북단일팀 추진단장도 “남북이 경색된 국면일수록 비정치적인 체육교류를 적극 활용해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주시는 정부가 “남북단일팀 구성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자 허탈해 하고 있다. 일각에선 남북단일팀 구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물 건너 갔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1~2개 종목 남북단일팀 구성이나 북한 응원단 방문 등이 성사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남북 화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소한 탁구나 여자축구 같은 상징적인 경기에서라도 남북단일팀이 꾸려지길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광주유대회 조직위는 한반도 평화의 메시지를 담기 위해 백두산과 무등산에서 각각 불을 붙여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합화한 뒤 광주의 주경기장으로 성화를 봉송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기광서 조선대 교수(정치외교학)는 “4월 말까지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끝나면 남북경색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질 수 있다. 북한 응원단만 광주에 와도 남북화해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재 남북관계와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남북단일팀 구성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 응원단은 참가국인 북한이 결정할 사안이며 응원단이 올 경우 국제관계에 따라 입국을 허용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광주유대회는 저비용 고효율의 대회이고, 친환경대회(에코버시아드)입니다.”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대회 여자 단체전에서 우승한 코리아 단일팀. <한겨레> 자료사진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대회 여자 단체전에서 우승한 코리아 단일팀. <한겨레> 자료사진
김윤석 광주유대회 사무총장은 “광주유대회 경기장 시설은 70곳 가운데 국제기준에 미달하는 일부 경기장만 신설하고, 67개의 시설을 개·보수해 사용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시설을 재활용했고, 신축중인 경기장은 남부대 국제수영장,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 광주 국제양궁장 등 3곳에 불과하며, 진월국제테니스장은 증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광주유대회 조직위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피수)과 두차례에 걸쳐 조정·협상을 벌여 애초 8171억원이었던 총사업비 규모를 6857억원(국비 부담 31.9%)으로 줄였다. 광주유대회는 지난해 초 청와대에서 열린 회의에서 기획재정부가 국제스포츠 행사 모범 유치대회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을 정도다.

광주유대회는 또 하나의 ‘문화대회(컬처버시아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회 선수촌과 경기장 인근, 야시장, 금남로, 무등산 부근 전통문화관 등지에선 32개의 주요 문화예술 행사가 펼쳐진다. 포크음악제와 길거리 공연 등 15개의 무대와 시립미술관과 광주문화재단이 미디어아트페스티벌과 하정웅 컬렉션 등 7개의 전시를 마련한다. 청년문화난장과 광주 물총축제(7월11일), 대인예술야시장(7월10~11일)에 찾아가면 갖가지 문화체험을 즐길 수 있다.

문화난장은 7월4~12일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주무대이기도 했던 금남로에서 펼쳐진다. 특히 7월4일 저녁 7시부터 다음날까지 25시간 이어지는 문화난장은 ‘애프터 파티’까지 마련돼 있다. 국내외 관광객과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 유학생 등 5000여명이 어우러져 문화를 매개로 화합의 시간을 갖는다. 광주시는 이 기간 서구 풍암동 호수공원 옆 생활체육공원 잔디밭에 텐트 500개를 마련해 청년들이 저렴한 값에 이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광주시 청년인재육성과 곽상희(37)씨는 “광주에서 펼쳐지는 문화난장에 세계 곳곳의 대학생, 청년들이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밖에 수영, 농구 등 각종 경기가 있는 날엔 경기장 주변에서 동서양 음악을 들려주는 다양한 소규모 문화행사도 펼쳐진다. 7월11일 저녁 7시 유니버시아드파크 공연장과 월드컵경기장 북문에선 재즈, 인디밴드, 레게 음악 등을 들을 수있는 월드뮤직페스티벌이 열린다. 분청사기 도예체험 등 남도의 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

광주/정대하 기자, 김지훈 기자 daeha@hani.co.kr


1991년 현정화-리분희 ‘코리아 단일팀’ 세계 제패…2007년 겨울아시안게임 공동입장 끝으로 교류 없어

남북 스포츠 교류사

2012년 개봉된 영화 <코리아>는 코믹하고 과장된 요소가 있지만 남북 탁구선수들의 개인적 친밀감을 잘 보여준다. 감독 등 코치진도 감시원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친형제가 된다. 분단의 아픔을 모르는 어린 세대에게 남북 스포츠 교류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어떤 통일 교과서보다 효과적이다.

영화의 배경인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대회는 남북 스포츠 교류의 가장 상징적인 대회다. 남한의 현정화, 북한의 리분희 등으로 이뤄진 코리아 단일팀은 단체전에서 탁구 세계 최강 중국의 9연패를 저지하고 우승을 차지한다. 이질적인 선수와 코치진이 서로 부대끼면서 강해지는 단일팀의 극적인 요소들은 그 자체가 감동이다.

탁구 단일팀 구성이 하루아침에 된 것은 아니다. 1963년 1월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도쿄올림픽(64년) 남북 단일팀 참가를 주선해 1·2차 회의가 열렸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이런 시도는 1990년 서울과 평양에서 남북통일축구대회를 개최하게 된 먼 배경이다. 당시 여자축구 대표선수로 베이징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가 곧바로 평양 통일축구대회에 참가했던 임은주 강원FC 축구단 대표이사는 “워낙 반공교육을 많이 받아 북쪽 사람들은 생김새가 다를 것으로 생각했다가 나와 똑같은 것을 알고 웃은 적이 있다. 늘 북한의 고향을 그리워하던 아버지를 생각하다가 울먹였다”고 회고했다. 통일축구를 기폭제로 이듬해 3월 지바 탁구 단일팀, 5월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 단일팀이 구성되는 등 남북 스포츠 교류는 급진전했다.

단일팀 구성이 쉽지는 않다. 남한은 “경기력으로 뽑자”고 하고, 북한은 “동수로 하자”며 맞선다. 정치 상황까지 개입하면 일은 더 꼬인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는 단일팀 대신 남북이 한반도를 그린 단일기를 들고 개막식에 공동 입장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는 남북 선수단이 공동 입장했고 함께 성화를 점화했다. 동행한 북한 응원단은 한복이나 유니폼 차림으로 절도 있게 움직여 남한 관중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대회에 북한은 응원단을 파견했다. 국제대회 공동 입장은 2007년 창춘 겨울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사라졌다. 김동선 경기대 교수(스포츠경영학)는 “스포츠 교류가 곧 통일은 아니지만, 남북이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촉매제로서는 최고다. 경직된 관계를 풀기 위해서라도 남북 스포츠 교류는 많이 할수록 좋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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