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지난 3월16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권선택 대전시장이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전후 대전시 행정이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권 시장이 재판을 받으면서 시정 리더십이 흔들리자 대전시 공무원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지역 시민단체에서 나오고 있다.
대전시는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 사업, 호남고속철 서대전역 경유 등 주요 현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시는 미래창조과학부에 기초과학연구원(IBS) 부지를 제공하고, 미래부에서 500억원을 지원받아 시민공원인 엑스포과학공원의 맥을 잇는 시설을 갖춘 사이언스콤플렉스를 건립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래부는 지원금 500억원을 과학기술인공제회의 투자로 말을 바꾸더니 최근에는 대전복지센터 등 체육시설을 담보로 300억원을 대출받아 투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엑스포과학공원이 정부기관과 대규모 상업시설로 변질된 셈이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속시원한 대응을 않고 있다. 실무기관인 대전마케팅공사는 “땅 소유권을 갖고 있는 우리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며 손을 놓고 있다.
호남고속철 전용선 개통에 따른 서대전역 경유 문제 때도 대전시는 갈팡질팡했다. 애초 대전시는 충청권광역철도망 조기 착공을 위해 호남선 대전~충남 구간에 대해 시속 200㎞ 기준의 선형 개량 용역을 실시했다. 호남이 고속철의 서대전역 경유를 반대한 주된 이유는 ‘저속철’(시간)이었다. 시는 이 용역 결과를 활용하지 않고 이용객 통계 등 단순 논리로 일관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호남고속철 문제가 불거지자 이 용역 결과를 기초로 호남선 대전·충남 구간 선형 개량 사업을 제3차 국가철도망 사업에 포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황당한 행정도 잇따랐다. 시는 시정책자문위원단에 합류한 도시재생 전문가와 주택개발계획 전문가를 교통 분야에 배치하고, 트램자문위원회에는 지상고가를 추진하던 전문가들을 대거 참여시켰다. 권 시장의 지시도 시정에 반영되지 않는다. 권 시장은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려고 보수공사 차량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으나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문창기 대전참여연대 연대기획국장은 “재판 중인 권 시장의 의지가 시정에 반영되지 않다 보니 민선 6기가 아니라 민선 5기 혹은 5.5기라는 말도 나온다. 시장만 바라보는 행정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행정 시스템이 바로 서야 한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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