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실효성 고려”…52만명 피난케
시민단체 “247만명 탈출케 해야”
시민단체 “247만명 탈출케 해야”
부산시가 고리원전에서 방사선이 누출됐을 때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피소와 구호물품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최소 범위로 설정해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부산시는 6일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고리원전으로부터 반지름 20~21㎞로 설정해, 원전을 운영하는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현재 8~10㎞인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은 관련법 개정으로 한국수력원자력 쪽이 자치단체와 협의해 20~30㎞ 범위에서 설정한 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다음달 21일까지 범위를 확정해야 한다.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20~21㎞로 확정하면 부산시민 52만여명이, 30㎞로 확대하면 부산시민 247만여명이 미리 지정된 대피소로 피난 갈 수 있고 방사선 치료제를 지급받는다.
부산시는 20~21㎞로 설정한 것은 방재대책의 실효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좁게 설정하면 교통 분산을 통해 효과적으로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부산시는 30㎞로 확대하면 부산이 위험한 곳으로 알려져 외국인 투자 유치와 국내외 관광객 방문이 줄어 지역경제가 위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60여개 시민단체로 꾸려진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는 넓은 범위까지 체계적인 대피계획을 세우면 인명 피해를 오히려 줄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30㎞ 안 시민들이 대피했던 것처럼, 30㎞까지 범위를 넓히면 247만여명이 부산을 한꺼번에 탈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는 고리원전의 잦은 사고 등으로 부산이 원전도시라는 사실이 국내외에 이미 많이 알려져 있어, 범위를 30㎞로 확대해서 실질적인 방호대책을 세우면 외국인 투자와 관광객 유치에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30㎞로 확대하면 부산에 대피소와 방사선 치료 병원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부산시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는 경남과 경북 등 이웃한 자치단체와 협의하면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부산시가 소극적으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설정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리원전과 경북 경주 월성원전 사이에 있는 울산시가 30㎞로 잠정 설정했기 때문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울산시의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30㎞로 확정하면 울산시민 대다수인 120만명이 포함된다.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는 6일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은 세계 최대 원전밀집지역이다. 부산시가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20㎞로 설정한 것은 시민 안전보다 행정 편의주의를 앞세우며 핵 산업계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30㎞로 확대해 달라는 건의문을 우편으로 발송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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