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광대’ 고 박효선
광주 극단 토박이 8일부터 12회 공연
‘오월 광대’ 고 박효선(1954~98·사진)이 만들었던 연극 <모란꽃>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광주의 극단 토박이는 오는 8~30일 5·18민중항쟁 당시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다룬 심리극 ‘모란꽃’을 공연한다. 이 기간 매주 금·토요일 오후 광주 예술의 거리 민들레소극장에서 공연을 12차례 한다.
‘모란꽃’은 <금희의 오월>, <청실홍실>과 함께 5·18을 알린 3대극으로 꼽혀왔다. 93년 초연된 이래 2002년까지 전국과 미주 등지를 순회공연하며 갈채를 받았다. 94년에는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 주는 민족예술상을 받기도 했다.
‘모란꽃’은 광주에 사는 마흔네살의 평범한 주부 이현옥을 이른다. 그는 80년 5·18 때 간첩으로 몰려 계엄군한테 모진 고문을 당한다. 이후 5월만 다가오면 입 안이 헐고 한기로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잠자다가 갑자기 남편의 뺨을 후려치는 등 극심한 육체적 심리적 후유증에 시달린다.
이 연극은 5·18 때 <투사회보>를 제작하고 시민군 홍보부장을 맡았던 고 박효선이 주도해 제작했다. 고인은 70년대 중반 소설가 황석영씨 등과 광주에 문화운동의 씨앗을 뿌렸고, 공단지역에서 고 윤상원·박기순씨 등과 함께 야학운동을 벌였다. 5·18 이후 20개월 동안 수배생활을 하다 83년 극단 토박이를 창단했다. 그는 ‘모란꽃’ ‘금희의 오월’ 등 작품으로 사회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98년 오월 영상 <레드브릭>을 제작하던 중 과로로 쓰러졌다.
토박이는 지난해 말부터 ‘모란꽃’을 다시 무대에 올리기 위해 상연 시간을 줄이고 일부 대사를 고치는 등 작업을 해왔다. 배우 임해정씨는 “13년 만의 무대라서 설렘 반, 걱정 반이다. 대본의 정서를 유지하면서 젊은 관객들과 공감하려 애썼다”고 말했다.
토박이는 관객의 반응을 살펴 해마다 5월 광주에서 상시공연을 하고, 전국 기관·학교·단체를 찾아다니는 순회공연을 추진하기로 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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