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여부 결정 위한 심문 이뤄져
“15년 전도 지금도 제겐 국가 없다”
변호인, 경찰 강압수사 증거 제출
“15년 전도 지금도 제겐 국가 없다”
변호인, 경찰 강압수사 증거 제출
복역 중인 무기수의 재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이례적인 법정심문이 이뤄졌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합의1부(재판장 최창훈)는 13일,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청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무기수 김신혜(38·여)씨의 재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문을 했다. 확정 판결 이후 15년 만이다.
이날 심문은 지난 1월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법률구조단이 김씨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불법 감금·체포와 가혹행위, 구속영장 실질심사 미고지, 약사의 사망원인 추정 등을 들어 재심을 청구하면서 이뤄졌다.
김씨는 이날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심문에서 변호인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당시 23살이던 김씨는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으로 갑자기 몰려 연행된 뒤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와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범인으로 몰리는 것이 하도 억울해서 당시 상황을 속옷과 양말 바닥, 티셔츠 등에 기록했다”며 울먹였다. 진술이 이어지자 방청을 나온 김씨의 할아버지(99) 등 가족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15년 전에도 지금도 저에겐 국가가 없다. 신속하게 재심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검찰 쪽은 “재심을 청구한 이유는 재판 과정에서 이미 나온 내용에 불과하다”며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2000년 3월7일 새벽 1시께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평소 자신을 성추행해온 아버지에게 수면유도제가 든 술을 마시게 한 뒤 살해해 주검을 유기한 혐의(존속살해)로 김씨를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는 줄곧 “보험은 모집인들을 배려해 가입한 것일 뿐”이라며 “아버지가 나를 성추행하지 않았고, 나도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01년 3월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져 누리꾼 2만9276명이 재심을 위해 서명하는 등 관심을 끈 바 있다.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경찰의 부실·강압 수사 등 70여개의 새로운 증거, 외국의 판례 등을 수집해 제출했다. 재심을 개시할지는 이른 시일 안에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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