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시민단체 “인권유린 자살” 주장
“9년간 CCTV 감시·따돌림·해고 자행”
노조탄압 중단·재발방지 약속 요구
“9년간 CCTV 감시·따돌림·해고 자행”
노조탄압 중단·재발방지 약속 요구
전남지역 시민단체들이 포스코와 이지테크에 노동자 양우권씨의 죽음에 대해 사죄할 것을 촉구했다.
‘노동자 고 양우권씨 포스코·이지테크 인권유린 시민대책위원회’는 20일 광양시청 열린홍보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두 회사는 양우권 이지테크 분회장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고인은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했을 뿐인데 회사는 9년여 동안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통한 감시와 집단적인 따돌림, 대기발령, 감봉·정직·해고 등을 일삼았다. 노동탄압을 넘어선 인간유린으로 끝내 자살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원청인 포스코에서 사실상 무노조 노무관리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은 인권유린으로 말미암은 사회적인 타살”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고인의 상황은 이지테크에만 한정되지 않고 포스코 사내하청 전반의 문제”라며 “노조 활동을 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고인과 다를 바 없는 절박한 처지에 내몰려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에는 광양·여수·순천·목포 등 전남지역 시민단체 39곳과 지역사회의 원로 인사 5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등 양씨의 죽음에 분노를 표명했다. 강용재 광양지역문제연구소장은 “시민단체가 포스코의 노무정책 전반을 낱낱이 조사해야 한다. 양씨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 사건인 만큼 지역을 넘어 국가와 국제기구에 호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앞으로 인권유린과 노동탄압의 사례를 발표하고, 추모문화제와 시민홍보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등 양씨 죽음의 억울함을 알리는 데 앞장서기로 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광양시 중마동 광양시청 앞에 마련된 천막농성장을 찾아 고인의 제단에 헌화하고 분향했다.
노동계가 주축인 ‘고 양우권 노동열사 투쟁대책위원회’는 21일 오후 5시30분 천막농성장 앞에서 양씨의 정신 계승을 다짐하는 투쟁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 단체는 △포스코·이지테크의 책임 인정 △노조탄압 중단과 재발방지 약속 △불법파견 중단과 사내하청 정규직화 △산재 인정과 유가족 배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씨가 경영하는 이지테크의 노동자인 양씨는 지난 10일 오전 7시50분께 광양시 한 야산에서 ‘끝까지 싸워 정규직화 소송에서 꼭 승리해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목을 매 숨졌다. 98년 이지테크에 입사한 양씨는 2006년 노조에 가입한 뒤 53명이던 조합원이 모두 탈퇴하고 홀로 남을 때까지 회사 쪽의 온갖 회유와 탄압에 맞서왔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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