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제주 복지서비스·행사 차질
목포시, 노인 대상 무료급식 중단
제주, 13일 ‘4·3백일장’ 시상식 취소
목포시, 노인 대상 무료급식 중단
제주, 13일 ‘4·3백일장’ 시상식 취소
9일 오전 11시30분 전남 목포시 광동3가 서남권수산물유통센터 주차장. 어르신 300여명이 무료 급식을 대신해 밥차에서 나눠주는 떡과 우유를 받았다. 이들은 전날 목포시가 ‘사랑의 밥차’의 운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던 걸 모르고 있었다. 이들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면역력이 약하고 만성질환자가 많은 노인들이 노출되지 않도록 급식을 중단한다는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이들은 “우리도 걱정이야. 그래야 맞지. 하지만 이제 어디 가서 점심을 먹지” 하고 수군거렸다. 시는 매주 화요일 이곳에서 65살 이상 노인 700여명을 대상으로 1식4찬의 무료 점심을 제공해왔다. 시 사회복지과 김미옥씨는 “2년 전 사랑의 밥차를 시작해 한차례도 쉰 적이 없었다. 밥차까지 쉬어야 한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메르스 확산의 여파로 호남과 제주에서 복지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대규모 행사가 취소되는 등 후폭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전남지역에선 지난 5~8일 신안군 지도읍에서 열려 했던 ‘신안병어랑 농수산물 장터축제’가 메르스 확산 방지와 주민 건강 보호를 이유로 취소됐다.
광주에선 12~13일로 예정된 대인예술야시장 ‘별장’과 예술의 거리 ‘나비야 궁동 가자’ 행사가 없던 일이 됐다. 다음달 열리는 하계유니버시아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메르스를 전파할 여지가 있는 행사는 가급적 치르지 않기로 한 것이다.
전북에선 14일 개최할 예정이던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전북본부의 통일마라톤대회가 9월로 연기됐다. 김성희 집행위원장은 “어린이·청소년 등 3000여명이 운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0~21일 이틀간 전주 덕진공원에서 열릴 예정인 단오행사도 전면 취소됐다. 20일로 예정된 전주 시민의 날 행사도 연기됐다.
제주에선 13일로 예정됐던 제주4·3평화재단의 학생 4·3백일장 시상식이 취소됐다. 제주아트센터는 지난 6일 전인권 밴드 콘서트를 취소했고, 가족뮤지컬 <피터팬>(13~14일) 공연을 9월로 연기했다. 서귀포 예술의전당은 젊은 국악한마당(13일), 개원 1주년 음악회(19일), 서귀포관악단 연주회(26일), 오페라 <사랑의 묘약>(30일) 등 공연 5건의 일정을 미뤘다.
국외 행사도 줄줄이 취소됐다. 광주문화재단이 오는 11~12일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열려던 정율성음악제는 중국 쪽 요청으로 연기됐고, 전남도의회는 오는 16~20일 일본 사가·고치·오사카 등을 방문하려던 일정을 자진 철회했다.
안관옥 박임근 허호준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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