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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도 이탈 않고 잘 참아 메르스 극복했어요”

등록 2015-06-22 19:06수정 2015-06-22 19:30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해 마을 전체가 격리됐던 전남 보성군 보성읍 주음마을 주민들이 22일 오전 12일 만에 격리에서 해제된 뒤 밝은 표정으로 서로 안부를 묻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해 마을 전체가 격리됐던 전남 보성군 보성읍 주음마을 주민들이 22일 오전 12일 만에 격리에서 해제된 뒤 밝은 표정으로 서로 안부를 묻고 있다.
12일간 격리서 풀린 보성 주음마을
‘113번 환자’ 완치…17가구 32명 건강
“아이들 까불고 학교 가니 맘 놓여”
이장 “주민들 생사고비 함께 넘어”
보성군민들 ‘주민 위안잔치’ 벌여
“다시 학교로 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어요.”

22일 오전 전남 보성군 보성읍 용문리 주음마을 들머리. 주민 이홍순(67)씨는 대문을 나서 학교로 향하는 다섯 아이를 배웅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맨 먼저 고등학생 두 아이가 나서고, 뒤이어 중학생이 뒤를 따랐다. 초등학교 6학년과 3학년인 아이들도 오랜만에 스쿨버스에 올라 친구들을 만났다. 평소에는 무심코 흘려 봤던 장면이었는데 오늘은 왠지 코끝이 자꾸 시큰거렸다.

“이만하길 천만다행이에요. 군청 공무원과 학교 선생님 등이 아이들을 잘 챙겨줘서 겨우 버티었지요. 아이들이 다시 까불고 학교에 가니까 이제야 마음이 놓이네요.”

그는 아이들이 학교로 떠나자 마을회관으로 가 이웃들에게 안부를 물었다. 광주에서 남쪽으로 60㎞쯤 떨어진 이 마을은 지난 10일 이후 12일 동안 고립됐다. 국도로 통하는 마을 진입로 2곳에 통제초소가 설치되고 17가구 주민 32명의 통행이 엄격하게 차단됐다. 지난 19일 마을 주민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113번째 환자(64)가 완치되고, 그가 마을을 떠난 7일부터 14일 동안 주민 건강에 이상이 없자 비로소 격리가 풀렸다.

주민들은 아침 일찍 설레는 마음으로 들녘에 나가 논을 살폈다. 부지런한 일부 주민은 벌써 나락에 제초제를 뿌리고, 콩·깨가 심어진 밭을 매느라 부산했다. 들머리에 있는 확성기에선 “격리가 해제됐으니, 회관 앞으로 나와서 인사도 나누시고 검진도 받으시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보성군민들은 메르스를 극복한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약밥과 수박 등 100명분의 음식을 장만했다. 하지만 완치된 환자는 주민들께 송구스럽다며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최덕희(75·여) 이장은 “하늘이 도왔다. 환자도 피해자라는 걸 주민 모두가 안다. 한 사람도 이탈하지 않고 잘 참아주신 주민들께 감사드린다. 생사의 고비를 함께 넘은 만큼 앞으로 더 소중하게 여기고 살겠다”고 말했다.

다리가 불편한 주민 강금덕(83·여)씨는 “병원에 갈 수 있다니 쑤시던 무릎이 저절로 낫는 것 같다”며 웃었다. 평소 해남·고흥 등지로 농사일을 다녔던 주민 손강림(62·여)씨는 “이제 주위 사람 눈치 안 보고 일을 나갈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보성군 보건계장인 간호사 김경희(48)씨는 “방호복을 입고 한 시간쯤 마을을 돌면 얼굴이 벌게지고 온몸이 땀으로 흥건해진다. 주민 모두가 건강한 모습으로 일상을 되찾아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 한주 동안은 하루 두차례 체온을 재기로 했다”고 전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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