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치 팔러 장에 갈라고 헌디 작은 저울이 없어져부러서 시방 근수를 못 달고 있다.”
고향 마을 이야기를 모아 <섬진강 진뫼밭에 사랑비>(전라도닷컴 펴냄)라는 책을 낸 김도수(56·사진)씨의 기억 속에 남은 아버지의 목소리다. 아버지는 들일을 하느라 늦게까지 집에 들어오지 못한 어머니를 찾을 때도 마을 스피커를 이용했다. 지게를 비 맞게 하거나 작두질을 제대로 못하면 호통치던 아버지는 “유독 까사랍게” 대했지만, 속정이 깊은 분이었다.
김씨는 25일 오전 11시 전북 임실군 진뫼마을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순천작가회의가 주관하는 이 행사엔 시인 등 문학인들과 마을 주민 등 150여명이 참석한다. 이날 참석자들은 김씨가 최근 펴낸 <진뫼로 간다>라는 시집의 출간도 축하한다. “아버지와 어머니, 고향 마을의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촘촘하게 기록”한 이 책엔 70~80년대 농촌 생활사가 녹아 있다. 김씨는 광주에서 발행되는 문화잡지 <전라도닷컴>에서 공모한 고향 이야기에 뽑혀 글쓰기와 인연을 맺었다. 전남 광양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김씨는 1998년 고향 집을 다시 사서 주말마다 고향 마을을 찾아 농사를 짓는다.
“어머니는 조금이라도 따뜻한 밥을 먹이려고 밥그릇을 담요로 둘둘 말고 솜이불을 엎어 식지 않도록 해놓았다.”
진뫼마을 명예이장인 김씨는 섬진강을 보며 어머니를 떠올린다. 설이 돌아오면 가마솥에 물을 데워 자식들을 차례로 목욕시키곤 했던 어머니는 “아이고메, 이놈의 때 좀 봐라. 너는 아침에 토끼세수를 허냐?”고 막내를 싸안았다. 김씨는 “육성회비를 못 내 쫓겨오는 자식들을 보며 눈물 흘리고 자식들 차비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다. 그는 2006년 생전 어머니가 가장 땀을 많이 흘리고 일하던 고추밭 가장자리에 “어머니, 아버지 가난했지만 참으로 행복했습니다”라고 적힌 ‘사랑비’를 세운 사연도 풀어놓았다.
김씨는 옛 마을 풍경을 전라도 입말을 그대로 살려 내밀하게 묘사했다. 마을 유일의 수동식 전화기 소유자였던 문수양반이 “현호네 아부지! 서울 큰집서 전화가 왔응게 얼릉 달려와 전화 받아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스피커로 방송했던 기억도 생생하게 담았다. 그는 2005년 12월 진뫼마을 ‘자치공화국’의 중심지였던 정자나무가 시멘트에 덮여 신음하자 군청에 “정자나무를 살려달라”고 호소해 새 생명을 선물했다. 환경단체인 풀꽃세상을 위한 시민모임은 2007년 10월 풀꽃상 본상 수상자로 진뫼마을 정자나무를 선정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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