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며느리 황인미 씨, 시어머니 최양수 씨.
“며느리가 내 그림 선생님이지요.”
며느리와 함께 첫 그림 전시회를 여는 최양수(86)씨는 25일 “잠이 안오고 가슴이 두근거릴 때 그림을 그리면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말했다. 최씨와 며느리 황인미(60)씨는 9월1일부터 7일까지 광주광역시 궁동 아트타운갤러리에서 고부전시회를 연다. 시어머니의 작품 20점과 며느리의 그림 30점이 ‘같은 꿈 같은 길’이라는 주제로 함께 전시된다.
이번 전시회는 최씨의 장남 이종범(61) 조선대 교수(역사문화학부)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최씨의 손녀 이민선(미술사 전공)씨는 “같은 길을 걸으며 꿈을 공유한 두 분의 열정과 용기가 가족들에게 큰 자극이었다. 전시를 보는 분들이 고부간에 오갔을 대화와 웃음 소리를 상상하시며 가을을 맞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씨는 광주여고보(현 전남여고) 미술반 부장을 하던 때 미술교사로 부임했던 천경자(92) 화백을 만났다. 천 화백이 “미대에 진학하라”고 권유할 정도로 그림에 재질을 보였지만, 완고했던 가풍 때문에 화가의 꿈을 접었다. 최씨는 초등학교 교사로 5년동안 일하다 결혼하고선 수십년 그림을 잊고 살았다. 그러다가 2004년 외손녀의 그림 숙제를 도와주다가 그림과 다시 만났다. 그가 그린 밝은 색감에 안정적인 구도의 그림을 보고 주변에서 깜짝 놀랐다. 최씨는 며느리 황씨한테서 캔버스와 아크릴 물감을 선물받고 화가의 꿈을 다시 꾸게 됐다.
최씨와 며느리 황씨는 비슷한 점이 여럿이다. 황씨는 20여년 전 화가 친구의 화실에 들렀다가 그림과 인연을 맺었다. 고교 교사를 하다 그만뒀던 황씨에게 그림은 “치유의 기쁨”을 안겨줬다. 조선대 사회교육원 수채화 강좌를 통해 그림을 배웠던 그는 미술대회에서 몇차례 수상하고 동호회 그룹전에 참여할 정도로 그림에 열정을 쏟았다. 황씨가 시어머니 최씨의 여고 후배여서 두 사람은 총동창회에 함께 나갈 정도로 잘 지내왔지만, 그림을 통해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 황씨는 “시어머니와 화방과 미술 전시회에 함께 가고 그림 이야기도 자주 나눈다. 농촌의 메주 담는 모습이나 곶감 말리는 풍경 등 생활 풍속사를 그림에 담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