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산1동 소리샘합창단, 사진 대전 둔산경찰서 제공.
대전 둔산경찰서 20명 합창 공연
대전마을합창축제 첫날인 지난 7일 저녁 8시10분, 대전 자양동 우송대 예술회관 무대에 5번째 공연팀인 둔산1동 소리샘합창단이 올랐다. 주황색 원피스 차림의 여성 단원 사이사이로 흰 와이셔츠에 빨강 나비넥타이를 맨 남성 단원들이 자리했다.
남성 단원들은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곧 피아노 첫 음이 울리자 “저 구우~름 흘러 가는 고~옷~” 굵직한 목소리로 합창을 시작했다. ‘도레미송’을 부를 때는 어깨를 들썩이고 고개를 까딱이는 율동까지 선보였다. “도레미파솔라시 도솔도.” 합창단이 두 팔을 활짝 펴며 노래를 마치자 관객들의 환호와 기립박수가 햇살같이 쏟아졌다.
이 합창단의 남성 단원들이 눈길을 끄는 것은 대전 둔산경찰서 형사들이기 때문이다. 거칠기로 소문난 형사들이 무대에 선 것은 오는 10월 문을 여는 유성경찰서로 발령나 떠나는 동료들과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였다. 이항열 둔산경찰서 형사과장은 “경찰관이 다른 부서로 발령나면 남이 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의견을 모았더니 티브이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처럼 해보자는 팀원들이 많아 합창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관할 둔산동의 주민 합창단을 찾은 형사 20명은 매주 월요일 저녁마다 2시간 남짓 주민센터에서 연습을 했다. 근육이 커서 별명이 아이언맨인 홍상철 형사는 예상을 뒤엎고 감미로운 목소리를 자랑해 고음 파트를 맡았다. 형사들은 치료감호받던 30대 수감자의 탈주사건으로 긴급 출동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합창을 포기하지 않았다. 부친상과 범인 검거 등으로 끝내 3명은 무대에 서지 못했다.
송미순 소리샘합창단 총무는 “형사들이 겉보기에는 우락부락하지만 목소리에 힘이 있다. 악보 보는 것도 서툴렀는데 금방 화음을 맞춰냈다”고 칭찬했다.
무대에서 내려온 형사들은 벅찬 마음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연예인도 포함됐던 ‘남자의 자격’ 단원들이 합창을 마치고 왜 울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제대로 연습해 새달 9일 ‘경찰의 날’(10월21일) 기념 행사 때 다시 노래할 겁니다.” 이병욱 강력계장이 다짐했다.
대전마을합창축제는 78개 행정동을 대표한 51개 합창단이 11일까지 기량을 겨룬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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