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 현산면사무소 직원들이 홀로 사는 노인이나 노부부들을 찾아 자녀들에게 보낼 영상편지를 제작하고 있다. 현산면사무소 제공
“이번 추석에 꼭 온나~이. 얼굴 꼭 보자~잉.”
콩더미에 도리깨질을 하다 말고 김아무개(67) 할머니가 마치 전화 통화를 하듯 자녀들에게 이야기한다. 김씨는 마을회관 앞에서 남편 황순익(78)씨와 일을 하다가 영상 카메라가 보이자 처음엔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이내 손주의 이름을 차례로 부르며 영상으로 당부의 말을 전한다. 이 ‘영상편지’는 시디(CD)에 담겨 도시에 사는 자녀들에게 전달됐다.
전남 해남군 현산면은 한가위를 앞두고 홀로 사는 노인과 노부부 등 19가구를 찾아 영상편지를 제작해 자녀들에게 보냈다. 영상편지 제작은 면사무소 공무원 나유선(35)씨와 어영문(51)씨가 맡았다. 영상편지는 1~2분짜리부터 5분가량까지 분량이 다양하다. 영상편지엔 고향 마을에 사는 노부모가 마당과 밭에서 일하는 모습과 자식의 안부를 묻는 육성이 담겨 있다. “막둥아, 손지들 줄라고 용돈 장만해놨다. 추석 때 식구들 델꼬 얼른 온나.” 어르신들은 자녀들의 안부를 묻고, 손주들의 재롱을 회상할 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영상편지 제작은 현산면 면사무소 공무원 18명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나유선씨는 “방문 때마다 어르신들이 자녀들과 손주들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이 자식들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영상으로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씨의 영상편지 아이디어는 취미용으로 영상장비를 갖추고 있는 어영문씨가 가세하면서 현실화됐다. 나씨는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영상편지를 제작하려고 했지만 영상 용량이 커 불가능하자 어씨에게 영상 촬영을 부탁했다. 어영문씨는 “어르신들이 처음엔 쑥스러워하시다가 전화 통화를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시더라. 영상을 편집해서 글도 넣어 자녀들한테 보냈다”고 말했다.
최아무개(86) 할머니의 딸 윤아무개(66·서울)씨는 면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이렇게 돌봐주셔서 고맙다. 추석에 꼭 가서 뵈야겠다”는 감사 인사를 건넸다. 현산면 자원봉사단은 지난 4월 장애인 35명과 전남 완도 동반 여행을 다녀오고 지난 8월엔 조손가정 어린이와 취약계층 청소년 45명을 데리고 목포 견학을 가는 등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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