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으로 서산·당진·보령 등 충남 서부지역 8개 시·군에 제한급수가 실시된 8일 오후 충남 보령시 청산면 장사리 청천저수지 바닥이 거북 등처럼 갈라진 채 드러나 있다. 보령/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어제까지 수도꼭지를 틀면 ‘쏴아’ 소리를 내며 쏟아지던 물줄기가 ‘쫄쫄’거리며 약해졌다. 충남 서산·당진·보령·태안·홍성 등 충남 서부지역 8개 시·군이 8일부터 기한 없는 제한급수에 들어갔다. 극심한 가뭄으로 이 지역에 물을 공급해온 보령댐의 저수율이 이날 현재 22.1%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충남도는 이날부터 8개 시·군의 생활용수를 평소 19만3500t에서 20%까지 줄여 공급한다고 밝혔다.
제한급수 첫날 홍성읍 대교리 홍성전통시장 일대 식당·미용실·세탁소·다방 등 업소들은 아예 영업을 접거나 물을 아껴 쓰는 등 갖가지 자구책을 마련했다. ㅈ건강원을 운영하는 이세영(54)씨는 “단수시간에는 영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물탱크를 설치하려 했으나 물을 받아 보면 불순물이 섞여 있고, 물벌레도 생겨 물을 버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미용실은 염색·파마 손님 가운데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감지 않는 손님에게는 요금 1천~2천원을 깎아줬다. ㅅ미용실 최영옥(57) 원장은 “시범 단수기간에 물을 받아 두었는데 사용하지 않으면 물을 버리고 다시 받아야 했다. 물을 받아 두는 것이 오히려 물을 낭비하는 꼴이었다. 차라리 물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머리를 안 감는 손님에게 요금을 깎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식당들은 음식을 준비하고 설거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종옥(60·ㅎ식당 업주)씨는 “새벽 5시면 손님들이 찾아온다. 지난 1~4일 시범 단수할 때 겪어보니 물을 받아 놓고 전날 재료 다듬기를 마쳤는데도 설거지하기도 벅찼다”고 밝혔다.
다방을 하는 김아무개(63)씨도 “제한급수를 한다고 해 종업원 숙소에 큰 물통을 사놓았는데 정작 필요한 물은 씻는 데 필요한 온수였다. 아까운 물만 낭비했다.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물을 받아 쓸 작정”이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듯 시장통 그릇가게 앞에는 큰 물통이 쌓여 있었지만 구입하는 이들은 없었다. 전통시장 안 도기상회는 지난 장날에 1개 팔았을 뿐 찾는 이가 없다고 전했다. 또다른 그릇가게 주인 백명찬(66)씨는 “추석 연휴 때만 해도 농협과 마트까지 물통이 없어서 못 팔았는데 정작 제한급수를 해도 물통을 찾는 주민이 없다”고 말했다. 홍성군은 홍성읍, 홍북·금마면은 홀수일, 다른 읍·면은 짝수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생활용수 공급을 중단하는 2부제 제한급수를 실시하고 있다. 군은 하루 물 사용량을 3만1200t에서 2만5100t까지 줄일 계획이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절수운동을 벌여 사용량을 줄인 아파트도 있다. 468가구가 사는 홍성 남당리 주공아파트는 260t이던 하루 평균 생활용수 사용량을 일주일 만에 221t까지 줄였다.
박언년 홍성 홍주쇼핑타운 관리실 대표는 “마트에서 생수 사재기를 하는 이들도 있지만 비교적 평온하다. 생활용수는 부족해도 자가수도가 있으니 물을 나눠 쓰면 된다. 정부와 도가 진짜 걱정해야 할 것은 내년 봄 농업용수를 어떻게 공급할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라고 한숨지었다. 현재 보령호에 남아 있는 물은 내년 3월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보령에서도 제한급수가 시작됐지만 고지대인 명천동 일대 주민들은 불편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아파트 등 다세대주택은 대부분 자체 물탱크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ㅅ주택 주민 이은희(38)씨는 “제한급수를 한다는 안내방송은 들었지만 큰 불편은 없다”고 말했다. 유동식(57) 광명아파트 관리소장은 “지난 한달 동안 제한급수 안내방송은 했다. 저수조에 물이 가득 차 있고 주민들이 절수운동에 동참해 사용량을 10% 줄였다”고 말했다.
홍성/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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