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뱃길이 늘어나면서 전남 장흥~제주 성산 구간을 오가던 오렌지호 운항이 중단된다.
장흥군은 21일 “오렌지호를 운항하던 제이에이치(JH)페리에서 ‘26일부터 내년 3월 말까지 5개월 동안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전해왔다. 선사는 허가권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선령 19년의 오렌지호(4114t급)는 올해 들어 5차례 고장나면서 운항에 차질을 빚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여파로 수학여행단이 줄어들면서 적자 규모도 지난해 20억원, 올해 33억원으로 늘어났다. 더욱이 취항 당시 3곳이었던 제주~전남 뱃길이 6곳으로 늘면서 교통편을 제공하고, 뱃삯을 깎아주는 등 경쟁이 뜨거워졌다.
쾌속선 오렌지호는 2010년 7월 취항하면서 제주를 1시간40분 만에 주파했다. 이듬해엔 선박 두 척을 투입할 정도로 인기를 끌어 5년 동안 200만여명을 실어 날랐다. 하지만 낡은 선박으로 대체돼 운항시간이 2시간20분으로 늘어나고, 경쟁지인 여수·완도 등지에 초대형 초쾌속 배들이 도입되면서 승객을 빼앗겼다. 배 안에 휴게 공간이 부족하다거나 운항 중 갑판에 나갈 수 없다는 불만도 나왔다. 이 때문에 오렌지호는 정원이 850명인데도 지난해부터 1회 평균 150명 안팎이 승선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오렌지호 취항을 위해 노력항 개발에 110억원을 들이고, 경비·청소 등 인력 4명을 배치했던 장흥군은 안절부절못하고 잇다. 박신주 군 해양시설팀장은 “아쉽다. 내년에도 오렌지호가 운항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차라리 다른 선사가 인수해 새출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흥 오렌지호의 퇴장에도 제주 뱃길 승객을 붙잡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씨월드는 지난 13일 목포~제주 구간에 정원 1425명, 차량 500대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여객선 2만4000t급 산타루치노호를 취항했다. 산타루치노호는 이미 운항 중인 같은 규모의 씨스타크루즈호와 번갈아 제주를 오간다. 지난달에는 여수 신항~제주 구간에 정원 823명인 1만5000t급 여객선 한일골드스텔라호, 해남 우수영~제주 구간에 정원 444명인 364t급 쾌속선 퀸스타2호가 항로를 열었다.
이로써 전남~제주의 뱃길은 완도~제주, 고흥~제주 등 6곳으로 늘었다. 이밖에도 강진 마량~제주, 고흥 녹동~서귀포 구간에도 항로 개설이 추진되는 등 자치단체 간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제주도는 뱃길 관광객이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수학여행단 감소와 저가항공사 취항으로 줄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이전엔 오렌지호를 타고 온 관광객들로 성산포가 북적였으나 운항 중단에 따라 당분간 숙박업소나 소매점 등의 매출이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관옥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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