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눈
‘검찰이 수사 실적을 부풀렸나?’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지난 11일 오후 ‘교통사고 운전자 바꿔치기 엄단’이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냈다. 교통사고를 내고 가짜 운전자를 내세워 처벌을 피하려고 했던 사건 5건을 적발해 3명을 구속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운전자 바꿔치기 주요 사례로 3건을 적시했다. 모두 경찰에서 ‘가해자가 가짜 운전자로 바뀌었다’는 피해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사건들이었다. 음주나 무면허 상태에서 사고를 내고도 가짜 운전자를 내세워 형사처벌을 피했다면 부도덕한 행위라고 판단해 담당 검사에게 확인하고 보도했다.
하지만 기자는 12일 아침 담당 경찰관들한테서 항의 전화를 받았다. 이들은 한결같이 “사건을 원칙대로 처리했는데 보도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한 경찰 간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로 분위기가 미묘한데…”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검찰과 경찰에 다시 확인한 결과, 지난해 12월 보성에서 발생한 김아무개(25)씨의 사건은 경찰이 애초 교통사고 사건처리를 잘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성경찰서 수사과는 김씨 여자친구(23)의 변사사건이 발생하자, 타살여부를 수사하던 중 교통사고 운전자가 뒤바뀐 사실을 밝혀냈다. 다만, 이 사건은 검찰의 발표대로 ‘검찰의 정밀수사’(?) 끝에 밝혀진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순천의 가짜 운전자 바꿔치기 사례는 보도자료가 잘못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순천경찰서는 지난 2월 순천시 동해동에서 음주운전 중 사고를 내고 도주했다가 동료를 운전자로 둔갑시켰던 황아무개(29)씨를 긴급체포해 원칙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순천지청은 “검사가 바빠서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보도 자료를 잘못냈다”며 “순천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사과했고, 검경 수사권 조정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번 일은 순천지청 해명대로 ‘사소한 실수’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려운 근무여건 속에서도 정직하게 일하는 경찰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는 잘못이었다. 검찰이 언론보도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다가 빚은 뒤탈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순천/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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