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수 옹기장과 대금 연주자 이생강씨가 지난 9월 충남 청양에서 열린 ‘그랬슈’ 두번째 공연에서 협연하고 있다. 사진 충남문화재단 제공
우리 시대, 우리 음악과 만나는 ‘그랬슈’(GREAT TO SEE YOU) 4번째 마당이 새달 5일 충남 금산군 다락원에서 ‘대장장 쇠망치소리’를 소재로 펼쳐진다. 충남의 마지막 대장장이 모무회(69·충남무형문화재 제41호 대장장)씨가 무대에 차려진 대장간에서 검붉게 익은 무쇠를 ‘뚱땅뚱땅’ 두드리며 리듬을 만들면 가야금(김성아 백제가야금연주단원), 해금(신현석 음악그룹 바이날로그), 판소리(박인혜 판소리 이수자), 장구(유인상 민족음악원 악장)가 협연한다. 쇠를 두드리는 소리는 이질적이지만 우리 악기와 묘한 어울림을 만들어낸다.
충남문화재단이 기획한 그랬슈는 2회 청양 공연부터 이런 연주를 시도했다. 청양에서는 이지수(충남무형문화재 제38호 옹기장)씨가 독을 지으면서 두드리고, 때리고, 구르자 대금·장고·판소리가 흥을 맞췄고, 지난 3회 서천 공연 때는 방연옥(충남무형문화재 제14호 한산모시짜기 기능보유자)씨가 베틀에서 베를 짜는 동안 거문고·장고·판소리·춤이 어우러졌다.
충남문화재단 쪽은 쇠를 다루고, 독을 짓고, 베를 짜는 소리가 정형화된 리듬이 아닌데도 전통음악과 잘 어울리는 것은 한민족의 핏속에 스며 있는 삶의 소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산 공연은 소리꾼 남상일씨가 사회를 맡고, 음악그룹 공명과 공주아리랑보존회의 협연인 ‘아리랑: 공명의 울림’, 경기민요 이호연 명창과 ‘광대놀음떼이루’의 신명 나는 연희도 선보인다.
그랬슈는 충청도의 소리에 유명 국악인들의 공연까지 겉들여 10첩 반상을 받은 듯 감칠맛 난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청양 공연은 만석, 예산 공연은 만석을 넘어 객석 점유율 120%를 기록했다.
충남문화재단 김선욱씨는 “예술의 융복합을 통해 계층, 장르, 지역 경계를 허물고 공동체문화를 회복하자는 취지에서 원시 제례의식 같은 공연을 시도하고 있다. 유명 국악인 대신 충청도의 숨은 국악 인재들과 잊혀가는 소리들을 발굴해 공연해도 지금과 같은 관심과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또 ‘그랬슈’가 우리 음악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지역에서 전통예술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지는 풀어야 할 고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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