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손편지를 쓰려니 글씨도 엉망이고, 누구에게 써야할 지 떠오르는게 없네요.”
지난 31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충남 천안 입장휴게소에서 만난 강성자(53·경기도 안양시)씨는 “한 줄쓰는데 10여분이 걸렸다. 여고 때 펜팔하던 친구들과 첫 연애편지의 추억이 떠올라 설렌다”고 말했다.
강씨가 휴게소에서 편지를 쓴 것은 이 휴게소 테라스에 집 모양 빨간 우체통이 있기 때문이다. 이 우체통에는 ‘1년뒤 배달되는 느린 우체통’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
이 우체통은 3년전 이 휴게소가 고객들에게 기다림과 느림의 미학을 선물하려고 설치했다. 휴게소는 편지와 엽서를 수거한 날짜 별로 보관하다 1년뒤 발송하는데 해마다 100여통 남짓 배달된다. 누구나 종합안내소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편지지와 봉투, 엽서에 내용을 채우고 주소를 적어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우편 요금은 휴게소가 부담한다.
휴게소 쪽은 “바쁘게 이용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이다 보니 부치는 편지는 해마다 100여통 정도로 이용객에 비해 많지 않다. 그래도 고객께 색다른 즐거움을 드리려고 서비스를 계속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규 휴게소 부소장은 “자신이나 자녀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가장 많고, 하늘나라에 계신 부모님께 부친 편지도 있다. 편지 잘 받았다고 인사하는 분을 만나면 하루가 행복해진다. 우표값 많이 들어도 좋으니 우체통에 편지가 가득 차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입장휴게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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