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10개 시·군 등서 정부에 항의
시군·청 앞에 벼 수백·수천포 쌓아
시군·청 앞에 벼 수백·수천포 쌓아
전국의 농민들이 남는 쌀을 북한에 보내라며 볏가마를 쌓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광주전남연맹은 3일 전남 해남·담양·나주·장흥·강진·진도 등 10개 시·군과 광주 광산에서 허울뿐인 정부 쌀대책을 규탄하는 볏가마 쌓기 시위를 벌였다. 해남군농민회는 지역의 면사무소 앞 빈터에 40㎏짜리 볏가마 3만포대를 쌓아놓았다. 나주시농민회는 나주시청 앞에 벼 3000포대를 쌓고 집회를 열었다. 농민들은 800㎏짜리 대형 볏가마를 싣고 가 장흥군청 앞에 200개를 쌓아두고, 담양군청 앞에 60개, 농협 영암군지부 앞에 50개, 화순군청과 함평군청 앞에 20개씩을 잇따라 야적했다.
전농 전북도연맹은 이날 익산·남원·고창·부안·임실·순창 등 6개 시·군에서 벼쌓기 투쟁을 벌였다. 농민들은 1t짜리 볏가마를 익산시청 앞에 180개 쌓은 것을 비롯해 남원시청에 100개, 고창군청에 40개, 임실군청에 30개, 순창군청에 15개를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부안군청에는 40㎏짜리 벼 300포대를 쌓아올렸다.
경북에선 농민들이 상주시청과 고령군청 앞에 볏가마를 쌓고 정부의 쌀 수급대책에 항의했다. 농민들은 오는 9일까지 충북 음성과 경남 합천 등 전국 곳곳에서 볏가마 쌓기 시위를 이어간다. 오는 14일 오후 2시에는 서울에서 농산물 가격 보장과 농민 생존권 쟁취를 위한 전국 농민대회를 열기로 했다.
특히 전농은 지난달 26일 정부가 쌀 재고량 136만t 중 20만t을 시장에서 격리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전농은 “밥쌀 수입과 재고 누적으로 올해 벼값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떨어졌다. 한푼이 급한 농민들이 저가로 투매를 하기 때문에 쌀값이 끝없이 폭락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혁 전농 정책부장은 “대북 쌀 지원이 쌀값 폭락을 막는 유일하고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를 통해 남북의 경색을 풀고,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정부 수매를 100만t으로 확대하고, 재고미 중 40만t을 북한에 보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북한에 쌀을 보내는 것이 어렵다면 해외의 빈국에 식량을 원조해 쌀값 하락을 막아야 한다는 방안도 내놨다. 조상규 전농 전북도연맹 의장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농민은 쌀값이 떨어져 힘들고, 정부는 창고에 쌓인 쌀을 관리하느라 골치를 썩어야 한다”고 걱정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쌀을 보내고, 해외에 원조를 해서 재고를 떨어내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여전히 경색되어 있고,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도 까다로워 실현하는 데 적지 않은 장애가 있다”고 전했다.
안관옥 박임근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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