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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해상 뺑소니에 희생된 어민 알고보니 태안군 ‘기부천사’

등록 2015-11-10 21:15

해상 뺑소니 사고로 숨진 충남 태안의 기부천사 문승관(오른쪽)씨가 지난해 11월 이웃 돕기 성금을 당시 박종관 남면 면장에게 전달하며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충남 태안군청 제공
해상 뺑소니 사고로 숨진 충남 태안의 기부천사 문승관(오른쪽)씨가 지난해 11월 이웃 돕기 성금을 당시 박종관 남면 면장에게 전달하며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충남 태안군청 제공
지난 9월 사고로 숨진 문승관씨
15년째 고물 모아 노인 등 보살펴
부인도 남편이 남긴 통장 털어 기부
해상 뺑소니 사고로 숨진 어민은 10여년 동안 어려운 이웃을 도와온 기부천사였다. 천사의 아내 또한 남편의 뜻을 이어 이웃돕기 성금을 내놨다. 주민들은 천사를 잃은 아픔에 울었고, 착한 아내 천사의 도움에 또 울었다.

이은주(53·충남 태안군 남면)씨는 지난달 16일 태안군 남면사무소에 130만원을 담은 봉투를 내놓고 총총히 사라졌다. 이씨는 지난 9월19일 새벽 3시50분께 태안 거아도 해상에서 조업 도중 다른 배에 부딪혀 실종됐다가 숨진 문승관(57)씨의 부인이다.

문씨는 15년째 태안 마검포항 일대에서 수거한 고물을 팔아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과 어르신 등을 보살펴온 ‘남면 기부천사’로 불렸다. 문씨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잊지 않고 의용소방대원으로 20여년을 근무하면서 방호부장을 맡는 등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게 주위의 평이다. 이재정 남면의용소방대장은 “그는 진중했지만 마음이 고와서 꽃게, 주꾸미를 잡으면 꼭 주민들에게 나눠 줬다. 형편이 넉넉지 않은데도 나누고 살았다. 일찍 가기에는 정말 아까운 사람”이라고 애통해했다.

부창부수, 아내 천사도 남편의 뜻에 따라 돈을 내놨다. 이씨는 1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하늘만 봐도 아직 눈물이 나고 경황이 없지만 해마다 이맘때면 애아빠가 고물을 팔아 모은 돈을 면사무소에 기탁했다. 애아빠가 마련해둔 것이니 성금 통장을 정리해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아직 어린 남매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지만 애아빠가 좋아서 평생 해온 일이니 그 통장에 든 돈은 다른 데 쓸 수 없다”며 울먹였다.

한편 태안해양경비안전서는 사고 발생 40여일 만인 지난 5일 문씨의 배와 충돌해 사고를 낸 혐의로 어획물운반선 선장 김아무개(64)씨를 구속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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