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경찰청 5년치 자료 조사중
교원연구대회서 60명 표절 판정난
전남 교장·교감 20명·교사 7명
교육행정망 올려 가산점까지 받아
승진에 큰영향…교육청 “징계검토”
교원연구대회서 60명 표절 판정난
전남 교장·교감 20명·교사 7명
교육행정망 올려 가산점까지 받아
승진에 큰영향…교육청 “징계검토”
전남지역 상당수 교장들이 남의 논문을 베껴 표창을 받은 뒤 표절이 드러났는데도 버젓이 교육행정정보망(NEIS)에 수상 근거를 올려 승진 가산점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경찰청은 17일 전남지역의 상당수 교장·교감 등이 표절한 논문으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주관 교원연구대회 지역대회에서 표창을 받고, 이를 근거로 부당하게 가산점을 받아 승진했다는 의혹을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교총에서 5년 동안의 교원연구대회 지역대회 심사서류를 제출받아 분석하고, 주관자·심사자·수상자 등을 불러 진술을 듣고 있다. 주현식 전남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표절부터 승진까지 인과를 따져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달 말 안에 범죄의 수법과 처벌의 대상을 포함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경찰과 교총의 말을 종합하면, 2009년 이후 5년 동안 교총 교원연구대회에서 표절이라는 판정을 받은 교원은 모두 60명이고, 이 가운데 전남의 교원은 45%인 27명이었다. 신분별로는 전·현직 교장이 19명, 교감이 1명, 교사 7명이었다. 이 중 20명은 교장 등으로 근무중이고, 7명은 퇴직했다.
이들은 심사위원 3명이 하루 만에 100여편의 출품작을 심사해 입상자를 뽑는 지역대회에서 1·2등급 표창을 받았지만 심사위원 15명이 기존 논문과 대조하는 등 5단계로 검증하는 전국대회에 나갔다가 표절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들 중 6명은 표절 통보를 받은 뒤에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지역대회에서 표창을 받은 사실을 버젓이 교육행정정보망에 올려 승진에 필요한 가산점을 받았다. 지역대회에서 입상하면 승진 심사 때 1등급은 1.0점, 2등급은 0.75점, 3등급은 0.5점의 연구 가산점을 받는다. 승진 심사에서 소수점 세자리 숫자까지 경합하는 전남의 상황을 고려할 때 당락과 순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들은 최근까지 교육행정정보망에 이런 사실을 그대로 올려놓았다가 꼬리가 잡혔다.
이번 사건은 최근 전남교총의 김창윤(57) 전 회장과 사무국 직원들이 조직 운영을 두고 집안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사무국 직원들은 지난 8월 교육자료전에 김 전 회장의 부인이 전남 한 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하면서 출품도 하지 않고 2등급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폭로했다. 김 전 회장이 지난 2012년 신안 임자남초등학교 교감 때 전남교원연구대회에 논문 ‘새내기 교사의 교수학습능력 신장 증진방안’을 제출해 1등급을 받은 뒤 전국대회에 나갔다가 표절로 판정을 받은 사실도 알려졌다. 이듬해 그는 교감에서 곧바로 전남도교육청의 장학관으로 발탁됐고, 지난 7월까지 수상 사실을 교육행정정보망에서 삭제하지 않았다.
해남 현산남초등학교 전병남(60) 교장은 같은 해 교원연구대회에 ‘자기 수업의 진단과 분석 활동을 통한 좋은 수업 하는 능력 다지기’라는 논문을 제출해 2등급 표창을 받고 추후에 전국대회에서 표절한 사실이 들통났다. 그는 표절했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교육행정정보망에 등급 표창을 받은 사실을 올려 유지했다. 이밖에 ㅌ초등학교 유아무개 교감, ㅈ초등학교 이아무개 교감 등도 비슷한 전철을 밟아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한 교사는 “의도적으로 논문을 표절하고, 표절이 드러난 뒤에도 정보망에 공공연히 올린 행위는 윤리 문제가 아니라 범죄행위”라며 “교육계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엄벌해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전남도교육청은 이들이 표절한 사실을 교총으로부터 통보받지 못해 여태껏 이를 모른 채 승진과 전보 인사 때 자료로 활용해왔다. 연구 윤리를 어겨 징계를 받아야 할 인사들에게 승진 가산점을 부여해 선량한 경쟁자들한테 불이익을 준 것이다.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행정정보망에서 표절 논문으로 수상한 사실을 삭제한다는 것을 전제로 소명서를 받겠다. 소명을 받은 이후 품위손상 등으로 징계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교조 전남지부 장관호 정책실장은 “교장 자격증을 중심으로 하는 왜곡된 승진 구조 탓에 이런 비리가 생긴다. 권위가 땅에 떨어진 교총 연구대회를 없애고 교육당국이 주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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