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싶다’ 화면 갈무리
아버지를 살해한 죄로 복역 중인 무기수 김신혜(38·여)씨 사건에 대해 법원이 재심을 결정했다. 무기수의 재심 결정은 형 집행이 정지된 시국사건에선 몇 차례 있었지만, 일반 사건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지법 해남지원(지원장 최창훈)은 18일 존속살해죄로 복역 중인 김씨 사건의 재심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당시 사건을 다시 심리해 김씨의 유·무죄를 새롭게 판단하게 된다. 재심에서 무죄라는 결론이 나면 15년 넘게 수감됐던 김씨는 풀려나게 된다.
재판부는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경찰이 영장을 발부받지 않고 강제 수사인 압수·수색을 하고, 이 과정에서 다른 경찰을 참여시키지 않았음에도 마치 참여한 것처럼 압수조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며 수사의 잘못을 인정했다. 또 김씨가 현장 검증을 거부했는데도 경찰이 영장도 없이 장소를 이동시키면서 범행을 재연하게 하는 등 강압 수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수사 경찰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등 잘못을 저질렀고 이는 형사소송법(420조 7호)에 따른 재심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00년 3월 전남 완도에서 자신을 성추행한 아버지에게 수면제가 든 술을 마시게 한 뒤 살해하고 주검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2001년 3월 김씨에게 존속살해죄를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씨는 사건 당시 범행을 자백했지만,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면서 자신이 동생을 대신해 감옥에 가겠다고 했을 뿐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 법률구조단 변호사들은 지난 1월 15년 전 김씨 사건에 대한 수사가 반인권적으로 이뤄져 위법했고, 재판에서도 증거들이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변호사들은 당시 수사 경찰들로부터 직권남용 등 직무상 범죄를 시인하는 진술을 받았고, 이 가운데 한 명에겐 확인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한 방송 시사프로그램에 방영되면서 알려졌고,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가 재심을 청구한 뒤 다음 아고라에 개설된 청원방에 2만9000여명이 서명을 하는 등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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