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않고 빙빙 돌기만 해 놀라”
이스라엘제 통신장비 고장 원인
제작사 기술진 와야 분석가능해
이스라엘제 통신장비 고장 원인
제작사 기술진 와야 분석가능해
주말 저녁 ‘제주의 관문’인 제주공항에서 관제용 통신장비들이 장애를 일으키면서 여객기 57편의 운항이 지연되는 혼란이 빚어졌다.
13일 제주지방항공청과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12일 오후 6시50분부터 8시6분까지 1시간16분 동안 공항관제탑과 접근관제소의 통신장비들이 동시에 송수신 감도가 떨어져 예비장비를 가동했지만 이마저도 작동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이 시간대 제주공항 도착 여객기 38편이 제주 상공을 선회하다 가까스로 착륙했다. 예정보다 한 시간 늦게 도착한 승객 부아무개(30)씨는 “비행기가 착륙하지 않고 공항 상공을 계속 빙빙 돌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출발 여객기 19편도 이륙 차질로 늦어졌다. 장비 복구 뒤에도 이륙 일정이 순차적으로 미뤄져 밤 11시20분 대구행 항공기 출발까지 지연운항이 이어졌다. 김포행 항공기를 기다렸던 김아무개(48)씨는 “당시에는 이륙하는 비행기도, 착륙하는 비행기도 없어 공항이 마비된 듯했다”고 말했다.
이날 장비가 고장나자 제주공항은 관제탑의 주통신장비와 예비장비가 작동하지 않을 때를 대비해 마련해둔 이동용 제3의 보조장비를 이용해 관제를 했다.
하지만 관제량에 한계가 있어 초기 50분 동안은 국토교통부 항공교통센터가 항공기들의 출발과 도착 일정을 조정했고, 일부 복구가 이뤄진 오후 7시40분 이후 26분 동안은 제주공항 보조장비와 관제탑의 불빛(라이트건) 등으로 항공기 착륙을 유도했다.
항공기의 관제는 전국 공역을 포괄하는 항로 관제, 개별 공항 부근에서 이뤄지는 공항 접근 관제, 공항에서 하는 관제탑 관제 등 3단계로 이뤄진다. 이번 장애로 접근 관제와 관제탑 관제에 문제가 생겼다.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는 “정상적으로 관제하면 시간당 34대가 이착륙한다. 통신장애가 발생하면서 76분 동안 이륙 2대, 착륙 10대 등 12대만 관제하는 바람에 출발과 도착이 늦어졌다”고 밝혔다. 장애를 일으킨 통신장비는 이스라엘 라드(LAD)사 제품으로 2004년 도입됐다. 장애 원인을 정밀 분석하려면 제작사의 기술진이 원인 조사에 합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지방항공청 쪽은 “주장비가 고장나면 예비장비로 자동전환된다. 주장비와 예비장비가 한꺼번에 먹통이 된 경우는 국내에선 처음이고, 외국에서도 드문 사례”라고 전했다. 국토교통부 항행시설과 박세필씨는 “애초 주통신장비의 기계적 오류를 찾고, 장애 이후 예비장비로 자동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원인을 조사중이다. 예비장비로 자동전환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수동으로 전환하면 20분 정도면 가능한데 현장 근무자의 대응이 미숙한 부분도 드러났다”고 전했다.
허호준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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